지난해 주민 직선 충남교육감으로 선출된 오제직 교육감이 인사 비리와 관련하여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낙마함으로써 현재 충남 교육청은 부교육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워낙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보니 각종 이권이나 인사청탁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충남뿐만 아니라 경북에서도 29일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단일 후보가 나왔던 지난해 선거와는 달리 올해 충남교육감 선거에는 7명의 후보가 등록하여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지난해 선거를 두고도 교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말이 많았다. 진정한 교육자치실현을 위해서는 주민직선제에 의한 교육감 선거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2010년 6월에 지방자치선거가 있는데 굳이 그 전에 많은 예산을 들이며 선거를 치를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해 치러진 충남 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7.2%로 열 명 중에서 두 명도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 과반수도 투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선됐다면 과연 교육 수장으로서의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투입한 예산만도 무려 135억원에 이른다. 이 정도의 비용이면 최신 시설을 갖춘 학교를 몇 개는 더 지을 수 있다. 충남의 경우 현행법대로 4월 29일 보궐선거를 치르는데 대략 15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선출한 차기 교육감의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부작용을 고려하여 임기가 1년 6개월 이상 남을 경우에만 교육감 선거를 하자를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럴 경우 앞으로 선출되는 교육감들이 비리에 연루될 경우 이번 충남이나 경북처럼 계속해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필요하다면 선거를 치러야 하겠지만 한 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수 백억씩 들어가는 혈세를 감안하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충남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는 모두 7명이다. 각자 자신의 상황과 역할에 따라 교육적 소신과 비전을 갖고 출마했겠지만, 정책적인 대결보다는 지역, 학연 등 연고주의에 얽매여 편가르기식의 선거가 된다면 누가 당선되든 그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공을 세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이것이 향후 논공행상으로 이어지면 공정한 인사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있다.
기왕 많은 예산을 들여 치르는 선거라면 행정당국과 교육기관에서는 좀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하여 완성된다는 말처럼 유권자가 참여하지 않는 선거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지난해 7월 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만 하더라도 투표율이 15.4%에 불과하였다. 당선자가 얻은 표는 유권자의 6.2%에 불과하였다. 이는 유권자 10명 가운데 1명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찌됐든 4월 29일에 치러지는 충남 교육감 보궐선거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만큼 불법 선거 운동 사례가 단 한건도 적발되는 일이 없도록 후보자들은 깨끗하게 선거운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도 선거일이 휴무는 아니지만 충남 지역의 교육을 이끌어갈 참교육자를 뽑는다는 자세로 반드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교육자치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