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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수능성적 공개, 향후 대학입시와 맞나?

지난 15일 일부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반대했던 수능성적 공개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수능시험을 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사상 처음으로 수능성적 원자료를 공개하면서 수능성적 자료 분석을 통해 교육정책의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고 무엇보다도 수능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9가지로 제공되는 수능등급을 1~4등급, 5~6등급, 7~9등급으로 3개 등급으로 묶었고 시군구 성적을 영역별로 20위까지만 공개함으로써 학교간 과당 경쟁 및 서열화 논란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렇더라도 분석자료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에서도 학교간 성적 차이가 뚜렷하고 각 시․도, 시․군․구별 성적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수능성적 결과 공개에 대한 찬․반 양론도 만만치 않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어떤 평가든 피드백 기능이 없으면 그 가치를 상실한다며 차제에 이번 성적공개를 통하여 학교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은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반대측에서는 ‘학교교육과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 즉 지역 상황, 입학 성적 등 환경적 요인이 제외된 상태에서 단순한 수치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수능성적 결과 공개에 대하여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어차피 지역간, 학교간 학력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굳이 수능 성적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일선 학교에서는 대개 자신의 학교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다. 학교에서 치르는 사설기관 모의고사나 전국연합학력평가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수능에 버금가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학부모와 지역의 학력 신장에 대한 거센 요구가 따를 것이란 점이다. 우수한 수능성적은 곧 지역의 인재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학교 선택에 따른 학부모들의 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표심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교육 부문에 대한 지원도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된다면 평준화의 의미는 퇴색되고 사실상 학교 선택권이 수요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교육당국은 학력이 뒤처지는 지역이나 학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하지만 이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 이미 지역간, 학교간 학력 격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무슨 재주로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우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수능 성적은 곧 학교장의 평판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학교마다 0교시 수업, 보충수업, 방과후 학습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수능 성적을 올리기에 매진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수능이라는 시험이 과연 공교육의 발전과 인재양성에 적합한 시험 방식인가하는 점이다. 물론 소수점 단위까지 제공되는 성적으로 인해 객관성과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수능이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수능으로 인한 사교육 비용만도 엄청난 상황에서 성적 공개에 학교간, 지역간 과열 경쟁으로 인하여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길 공산이 크다. 또한 향후 대학입시가 학생의 성적보다는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대세를 이룰 전망이어서 이번 수능성적 공개가 오히려 공교육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왜곡할 개연성도 높다.

이미 공개된 수능성적을 두고 더 이상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최소한 향후 대학입시가 추구해야할 방향과 의도에 맞는지 정도는 검토하고 정보 공개를 했어도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현 정부가 추구하는 자율과 경쟁을 통한 학력 상승이 과연 수능이라는 시험성적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지부터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성적공개에 앞서 먼저 연구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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