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교산을 찾는 이유는? 삼림욕하며 건강관리, 대화를 통한 친목도모, 자연의 변화 느끼기, 복잡한 생각 정리하기, 인격 수양 등.
어제 두 쌍의 부부가 광교산을 찾았다. 비가 오고 나서인지 산의 나무들이 윤기가 흐른다. 이른 봄 연초록이 한창이다. 눈이 즐겁다. 산의 초록은 나무에 따라 그 농도가 다 다르다.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연초록 세상에서 온갖 번뇌와 시름이 다 사라지고 만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산철쭉 구경이다. 꽃나들이인 것이다. 해마다 이 맘 때면 광교산 철쭉을 보아야만 한다. 참 이상한 병이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그 시기를 놓치면 1년이 그냥 지나가기 때문이다.
등산로 초입에서는 병꽃나무의 노랑꽃이 우릴 반겨 준다. 재작년 멧돼지가 껍질을 벗겼던 나무는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니 땀은 쏙 들어간다.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보라색의 현호색은 이미 지고 말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족도리풀 군락이 보인다. 얼핏보면 고구마잎 같은데 족도리풀이다.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만 꽃이 보인다. 두 줄기 사이에 키 작은 꽃이 낙엽속에 숨어 있다. 낙엽을 조심스럽게 헤쳐야만 보인다. 사진을 촬영하고 다시 낙엽으로 조심스레 덮어 놓는다. 족도리풀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억새밭에 오르니 복숭화꽃이 활짝 피었다. 이젠 절터 쪽으로 하산이다. 하산길 양쪽에 산철쭉이 곳곳에 피었다. 진달래꽃처럼 진하지도 않고 그 색깔이 수수하다. 그 모습이 시골 새색시 같다.
절터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니 인근에 있는 수 십년된 복숭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복숭아 나무가 크기도 하다. 기념사진을 찍으니 옷색깔과 무척이나 어울린다. 광교산을 수 십번 왔지만 이 곳에 이런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는 것이 새롭기만 하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산철쭉 터널이 나타난다. 그냥 갈 수 없다.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우리 부부가 파안대소 하는 모습을 일행 중 한 사람이 순간포착을 하였다. 광교산의 산철쭉, 그 수수한 자태가 마음에 쏙 든다. 그 잔상이 지금도 남아 있다.
오늘 본 광교산의 족도리풀과 산철쭉. 수줍움, 겸손함과 수수함과 소박함의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