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부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아내와 칭찬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우리 학교 모 부장교사에게 필자가 마음속으로 전하는 말이다. 칭찬의 이면에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있는 줄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 필자의 교장 초임지인 현재의 학교. 지역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선생님들의 인화단결이 보통이 아니다. 올해로 개교 4년차인데 10년차(?) 학교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1회 졸업생 특목고 입학 2명을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수상 실적이 두드러진다. 2년 전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작년엔 시범학교 평가 우수교 교육감 표창을 비롯해 총 4개의 학교표창을 받아 중앙현관에 자랑스럽게 걸어 놓았다. 연구학교, 봉사활동, 도서관 운영, 독서경진대회에서다.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학교 명예까지 높여준 지도교사, 지도교사의 지도아래 십분 실력을 발휘한 학생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4가지 영역이 모두 학교장의 관심분야다.
올해 열 두분의 보직교사 중 무려 열명의 보직이 바뀌었다. 작년에 보직을 그대로 맡은 분은 두 분에 불과하니 일대 혁신인 셈이다. 개교 4년차가 되니 전출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 보직을 맡은 분들도 업무를 신속히 파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해가면서 부장교사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교감 역할이 컸다고 본다. 부장교사의 업무의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능력을 높이느라, 교무실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계획서나 기안문을 교장에게 가져갔을 때 흔쾌히 결재를 받지 못하고 반려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그 중간역할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3, 4월만 해도 커다란 행사가 여럿 있었다. 입학식, 학부모총회, 학부모순찰대 발대식, 학부모샤프론 봉사단 발대식, 2학년 수학여행, 과학의 달 행사, 소풍(체험학습), 소방훈련, 중간고사 등. 행사를 살펴보니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만족스런 것도 있고 미흡한 것도 눈에 띈다.
G부장교사, 입학식과 학부모총회를 말끔이 마무리 지었다. 행사후 학교 나름대로의 보도자료까지 만들었으니 금상첨화이다. 물론 이에 따른 교장의 칭찬이 빠질 수 없다. 해당 보직교사 경험이 없이 처음으로 맡았는데 꼼꼼이 업무를 처리하여 빈틈이 없다. 사회자 시나리오를 짜서 교감과 교장의 조언을 듣는다. 바람직한 일이다.
며칠 전 끝난 중간고사 기간에는 07:00 출근, 학부모 보람교사 맞이에 최선을 다하였다. 보온통 물을 끓이고 떡집으로부터 간식용 떡을 인수하고. 그 정성 덕분이었을까? 보람교사 결석이 한 명도 없이 100% 출석이었다. 연구부장 소관의 출제 오류도 없었으니 부서간 호흡도 맞았다.
G부장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부장은 교장에게 말한다. 얼마 전 졸업식 꿈을 꾸었는데 졸업식장에 가니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사회를 보아야겠는데 대본이 없어 쩔쩔매는 꿈을 꾸었다고. 일을 완벽히 처리하다 보니까 또 교장의 칭찬이 이어지니까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 당연하다.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를 주고 만 것이다. 내년 2월 졸업식 생각까지 하고 있다. 저런?
교장으로서 한편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 행사 중 학부모가 동참하는 행사는 특별히 신경써서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교장의 당부말이 부담을 준 것은 아닌지? 책임감과 사명감이 투철하다 보니 그런 꿈을 꾼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흔히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칭찬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질책보다는 창찬의 효과가 크다. 직장 성인들은 잘못을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평가를 하고 상사의 눈치를 살핀다. 그것을 끄집어 내어 야단 치다가는 인간관계마저 결단나고 만다. 격려와 칭찬을 하면 지금보다 더 잘하려 한다. 사람이 능력을 인정 받을 때보다 더 신나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든다. 일 못했다고 꾸지람 들으며 자존심 상해하는 것보다 일 잘했다고 칭찬 받으면서 다음에 더 잘하려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냐고? 그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우리의 학교교육은 공신력을 쌓고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G부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도해 주신 교감 선생님께도 함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대학교 교육행정연수원에서 연수 중인 필자가 진심으로 드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