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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피어라 남자>




요즘 시대에 남자로서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강한 남자, 능력 있는 아버지, 가정에 충실한 남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초특급 남자나 가능할까. 사십 후반에 들어서고 있는 내 삶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결혼 후의 삶을 돌아보면 난 강한 남자도, 능력 있는 아버지도,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렇게 살려고 애를 썼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에 자괴감도 들었고 자신을 옭아매는 동아줄도 되었다.

시중의 서점에 가면 자기 계발서들이 자꾸 눈을 잡아끌고 손을 자꾸 이끈다. 그리고 어정거리며 책의 내용들을 뒤적여본다. 내 부족한 것들만 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넌 이런 게 없어서 성공 못한 거야? 하고 질책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다보면 한숨이 나온다. 책은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라고 이야기하는데 책을 읽는 이들은 한숨 하나 의지 하나를 떨어뜨리고 세운다. 나중엔 자신을 계발시키라는 책이 오히려 억압하고 무능력함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어버린다.

서울에서 20여 년을 살다가 경남 산청을 거쳐 지금은 전북 무주에서 귀농하여 살고 있는 농부 김광화의 <피어라, 남자>엔 그런 남자로서의, 아버지로서의, 가장으로서의 모습과 그 치유 과정을 일상의 경험을 통해 적어내고 있다.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란 부제를 통해서 알듯이 이 책은 기죽은 남자, 고장 난 몸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적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슨 특별한 치유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그가 말하고 있는 치유란 일종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치유란 스스로를 보듬고 사랑하고 고쳐가는 걸 말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스스로를 고쳐갈 때 당당하고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믿는다." -<머리말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 개의 몸과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엔 행복하고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고민이 있고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치유하면서 살아가기엔 우리 사회는 너무 급하고 경쟁적이다. 그 빠름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점차 무너져간다. 그러다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의 자괴감에 빠져버린다. 힘없는 남자, 아버지, 가장이 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남자는 시들어가는 것이다.

김광화도 그랬었다. 허면 이 글을 쓴 김광화는 어떤 방법으로 힘 있는 남자, 아버지, 가장이 되었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을까. 그건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부부끼리 서로 마주보고 쳐다보며 터놓기, 자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기, 부부와 연애 하기, 세상과의 관계 맺기 등이다.

“자녀 교육은 부부 싸움의 빌미가 되기도 하지만, 관계를 치유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아이를 합심해서 낳았듯이 합심해서 키워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오늘날 교육은 대부분 학교라는 틀에서 국가가 대신한다. 집에서는 주로 엄마가 그 연결고리가 되지만, 아버지가 하는 역할은 경제적 뒷바라지 외에는 없다. 아버지는 교육에서 소외되고 아이들과의 소통에서 점점 벌어진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중심이 서지 못하면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글쓴이도 그랬다. 그래서 그가 한 일은 아이들의 이야길 들어주는 연습을 했다. 언제나 고민이나 일을 아내에게 했던 아이들의 이야길 직접 듣곤 그는 부끄러웠다고 말하며 아이가 다가올 때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 아이들과 부모의 갈등은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존중하기보다는 부모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데서 생긴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아버지와 자식들은 함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야기할 시간도 그만큼 부족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물으면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거리감을 느낀다고 대답한다. 대화의 부족에 의해서다.

또 하나, 김광화가 몸과 마음을 살리면서 아내와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몸살림을 하는 걸 들었다. 아내가 하는 설거지, 방청소 등의 살림살이를 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고 한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하는 살림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리는 지름길이다. 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보다 일상에서 자신을 살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노후의 보험이 아닐까.”

남자들은 집안일을 귀찮아한다. 많이 바꾸기는 했지만 아직도 집안의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하는 일들은 대부분 여자들 차지다. 그런 여자들의 일을 남자가 아니 남편이 하라고 한다. 함께 나눠서 하다보면 몸도 건강해지는 건 물론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 애씀이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중심의 삶을 살 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점차 요원해진다.

숲이 아름다운 건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마다, 풀마다 자기 빛깔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 빛깔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남과 견주지 않고 남을 누르거나 무시하지 않으며 자신의 고유한 에너지로 살아간다면 나뿐만 아니라 세상도 좀 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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