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은 현층일이었습니다. 조국과 겨레를 위해 산화하신 영령들의 넋을 위무하면서 경건하고 엄숙한 하루를 갖자는 의미로 겨레의 염원이 담겨져 제정되어진 날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는 아산의 연화초등학교에서 있었던 '학력신장을 위한 명품국어수업 전개'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국가의 동량지재를 길러내는 신성한 일에 함께한다는 소명의식 하나로 교직에 입문한 세월이 어느덧 강산이 세 번 정도 변할 시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이번 11일날 이제 막 교직이라는 길에 입문하는 후배님들을 위해 수업을 공개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걱정만 앞 설뿐이었습니다. 나름 어떤 화두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저희 학교 동료 3인을 부추겨서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현충일 영령들을 위무하는 경건한 의식에는 참여하지 못해 마음에 빚은 남았습니다만
다녀오기 참 잘했습니다. 공개 수업 특히 국어 수업에 대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나만의 벽을 허물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감고 있었던 눈이 뜨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만의 아집과 나만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개안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수가 끝나고 나니 오후 1시였습니다. 너무 좋은 시간을 가졌기에 후배님들과 점심을 잘 먹고 오려고 음식점을 찾다가 아산시내 한 음식점을 들어가려고 하던 중에 권상기 교장 선생님, 이날 컨퍼런스를 주관한 국어과 연구회 회원분들과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연수에 참석한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도 교장선생님이자 이날 연수를 주관한 회장님이신 권교장선생님께서 어떻게 저희를 알아보시고 "서산에서 아산까지 오신 손님을 그냥 보내실 수 없다"며 맛있는 점심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육자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짧은 스침이었습니다만 교장선생님께서 연수를 시작하시면서 인삿말씀 중에 유난히 '업'을 강조하셨습니다. 공감했습니다.
교육자로서 나선 길. 이미 만생전에 우리가 안고 가야할 업으로 결정되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업'. 최선을 다한 후회없는 삶으로 업장 소멸하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교장선생님의 철학에 그냥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보다 깨달음의 크기가 큰 사람을 뵙는 것은 경외이고 기쁨인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현충일은 큰 사람의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내 생애에서 오래 기억될 날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연수 기회를 주심에, 또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성찬에 초대해주심에. 건강하십시오. 일간 서산쪽에 한 번 들리시면 꼭 연락주십시오. 뵙고 인생의 선배에게, 깨달음이 커 더 높은 경지에서 보는 이에게, 많은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