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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벌이다’와 ‘벌리다’

‘벌이다’와 ‘벌리다’도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두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하면

벌이다
1.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 잔치를 벌이다.
2. 놀이판이나 노름판 따위를 차려 놓다.
- 장기판을 벌이다.
3.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
- 책상 위에 책을 어지럽게 벌여 두고 공부를 한다.
4. 가게를 차리다.
- 읍내에 음식점을 벌이다.
5.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
- 친구와 논쟁을 벌이다.

벌리다
1.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 줄 간격을 벌리다.
2. 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
- 생선의 배를 갈라 벌리다.
3. 우므러진 것을 펴지거나 열리게 하다.
- 자루를 벌리다.



언어생활을 할 때 둘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특히 ‘벌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벌리다’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협상 과정에서도 강경 대응과 대화 사이를 오가며 격론을 벌리다 계파간의 갈등 양상마저 노출했다.(아시아 경제, 2009년 1월 7일)
○ 아파트 가정집에 침입한 강도와 격투를 벌리다 집주인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했다.(뉴시스, 2008년 4월 30일)

위 예문에서 ‘벌리다’는 모두 잘못된 표현이다. 여기서는 ‘벌이다’를 의미하고 있으므로 고쳐 써야 한다.

‘벌이다’와 ‘벌리다’의 예문을 더 들어보자. 먼저 ‘사업을 벌이다./투전판을 벌이다.’가 있다. 관용구로 ‘벌여 놓은 굿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이미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그만둘 수 없는 처지의 일을 이르는 말’이다. 또 ‘가랑이를 벌리다./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다./밤송이를 벌리고 알밤을 꺼냈다./양팔을 벌리다./아이는 두 손을 벌려 과자를 조심스레 받았다.’라고 한다. 이도 관용구로 ‘벌리나 오므리나(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몹시 감탄하거나 어이없어하다, 한번 시작한 이야기를 그치지 못하다.)’라는 말을 한다.

가지거나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는 물건을 내던지거나 쏟거나 할 때 ‘버리다’라는 타동사를 사용한다. 이는 ‘벌이다’와 발음이 같다. 그러나 ‘벌이다’를 길게 발음하고, ‘버리다’는 짧게 발음하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15세기 국어에서는 ‘버리다[捨]’와 ‘벌이다[排]’는 ‘바(아래 아)리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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