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정기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耳不聞人之非(이불문인지비)하고 目不視人之短(목불시인지단)하고 口不言人之過(구불언인지과)라야 庶幾君子(서기군자)니라.” 이 말은 ‘귀로 남의 잘못을 듣지 말고, 눈으로 남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입으로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아야만 거의 군자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人의 뜻을 살펴보면 여기서 人은 그냥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남, 즉 타인이란 뜻이다. 非(비)와 短(단)과 過(과)는 모두 같은 뜻으로 쓰여 있음을 보게 된다. 非(비)가 무엇인가? 잘못이다. 그릇됨이다. 허물이다. 나쁜 것이다. 옳지 않은 것이다. 과오다. 短(단)은 短(단)도 단점이다. 그릇됨이고 허물이고 나쁜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고 과오다. 過(과)는 무엇인가? 이것도 마찬가지다. 허물이고 그릇됨이고 나쁜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다 과오다.
庶幾(서기)는 ‘거의’라는 뜻이다. 거의 서, 거의 기다. 그러므로 庶幾君子(서기군자)는 거의 군자라는 뜻이 된다. 군자란 학식과 덕행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君子(군자)란 완전한 사람, 학식을 갖출 뿐만 아니라 덕을 이룬 자를 말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거의 군자라 할 만하다고 하였나?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말하지 않는 자이다. 무엇을 듣지 않고 무엇을 보지 않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 자인가? 남의 나쁜 점, 허남의 허물, 남의 잘못, 남의 그릇됨, 남의 옳지 않는 것, 남의 과오를 말하지 않는 자이다.
남의 나쁜 점을 말하는 것이 들리면 귀를 막아라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남의 잘못을, 허물을 말하는 것 들리면 귀가 더 열리기 쉬우니 아예 귀를 막아서 남의 잘못을 들으려고 하지 말아라는 것이다. 만약 차를 타고 간다든지, 함께 식사를 나눈다든지, 함께 하는 자리에서 자리를 피할 수 없을 경우에 남의 과오를 비방하는 말이 들리면 귀를 막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자로 가까이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남의 단점을 보지 않아야 거의 군자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어렵다. 눈만 뜨면 보이는 것이 남의 단점이요, 남의 허물이다. 신문만 봐도 그렇고 TV를 봐도 그렇다. 그래서 세상 살면서 보이는 것이 남의 허물이요 단점일지라도 그것 보려고 애써서는 안 된다. 아예 그런 것 나를 망하게 하는 그림으로 생각하고 보지 않도록 애를 써야 할 것 같다.
남의 허물이 보이면 말하지 말라고 한 말도 예사로이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남의 허물이 들리고, 보여도, 말하지 않으면 거의 군자에 가깝다고 할 수가 있다. 아무리 남의 허물이 보이고 남의 허물이 들려도 자기 혼자만 그려느니 하고 마음속에 담아진다 할지라도 다 걸러내고 입으로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면 덕을 이룬 군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아도, 들려도, 말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중에 말하지 않는 게 더욱 중요함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입을 다무는 연습을 충실히 해야 할 것 같다. 말로 자기를 흥하게도 하지만 말로 자기를 망하게도 하니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말로 자기의 목을 자르는 칼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말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사람 되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을 위해서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자신을 살리고 남을 살리는 비결이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