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윤지참(浸潤之讒)’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차차 젖어서 퍼지는 것과 같이 조금씩 오래 두고 참소(讒訴)한다는 뜻이다. 동의어로 침윤지언(浸潤之言)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논어는 나오는 말이다. 자장이 공자에게 明(명)에 대해 물었을 때 답변한 말 중에 나온다.
“浸潤之譖(침윤지참)과 膚受之愬(부수지소)가 不行焉(불행언)이면 可謂明也已矣(가위명야이의)니라” ‘타인의 은근한 비난과 당장의 아픈 호소에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면 가히 현명하다(明) 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也已矣(야이의)는 단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현명하냐? 어떤 사람이 명철하냐? 어떤 사람이 통찰력이 있냐?라고 물었을 때 공자께서는 浸潤之譖(침윤지참)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明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참소도 대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하는 참소, 슬그머니 하는 참소, 끈질기게 하는 참소, 물이 서서히 표 안 나게 스며들듯 표 안 나게 참소를 해도 화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끄덕하지 않는 사람이 明한 사람이고 하셨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이 나를 참소하는데, 끊임없이 나를 모략하고 중상하는데. 나를 비난하면서 돌아다니는데. 나를 해치고 거짓말하고 큰소리치고 돌아다니는데 참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잘 견뎌내고 이겨내야 정만 현명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명철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나는 친구를 모략하며 돌아다니지는 않는지? 나는 친구를 해치며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닌지? 나는 친구가 미워 중상모략을 하며 다니지는 않는지? 그런 사람이 되어서야 되겠나? 그런 류에 속한다면 지금이라도 벗어나야 한다.
비록 그런 류에 속하는 사람이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힘들게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잘 이겨내면 현명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따라다니면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할 필요도 없다.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 참은 반드시 거짓을 이기게 된다. 그러니 참고 또 참아 明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膚受之愬(부수지소)는 피부에 와 닿을 듯 절박하게 자기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을 말한다. 피부를 자극할 만큼 은근히 귀에 대고 하소연하면 대부분은 넘어가게 되어 있다. 그 하소연이 옳은지 그른지 분별도 하지 않고 그 하소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있을 수가 있다. 이러면 明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리에 밝은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아무리 끈질지게 하소연하고 은근히 호소하고 송곳으로 피부를 찌르듯 가슴을 움직여 놓는다 해도 그것이 바른 것인지 바르지 않은 것인지?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를 판단해서 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옳지 않다면 행하지 않는 것이 明한 사람이고 한 것이다. 감정에 치우지지 말고 냉철하게 이성을 갖고 판단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이는 明해야 한다. 명철해야 한다. 현명해야 한다. 사리에 밝아야 한다.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참소에도 넘어가지 않고 어떠한 호소에도 잘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며 냉철하게 이성을 갖고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배우는 이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남을 괴롭히고 해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면 당장 고쳐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있게 되고 새사람이 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