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4년차의 우리 학교, 수원의 변두리 서수원에 위치하여 공기가 맑고 녹색 공간이 많다. 학교가 옛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자리라 주위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다. 고개를 들면 초록의 나무들이 보인다. 다만 전투비행기의 소음이 귀청을 찢어놓을 듯하여 건강을 해침은 물론 수업을 크게 방해한다.
그렇다면 실내 공간은? 녹색이 그리 많지 않다. 중앙현관은 화분 10여개가 녹색의 전부이다. 3년에 한 번 받는 학교 평가를 앞두고 봉사학습부 예산을 동원하여 현관 정원을 꾸몄다. 펌프에서 물이 떨어져 물소리가 들리고 녹색공간이 한층 넓어지니 정서에 도움이 되겠다 싶다.
학생들 몇 명이 모여든다. 화려하게 핀 꽃들을 보고 이야기꽃이 핀다. "얘! 저 꽃 가짜지?" "그래, 가짜꽃이 너무 예쁘다." 학생들 이야기를 교장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가짜꽃이 보인다. 딱 2종이다. 나머지는 진짜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가짜로 돌린다. 아마도 세상에 모조품, 가짜가 판치다보니 그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식물을 살펴보니 아이비, 스킨답서스가 제일 많다. 학생들이 식물 이름을 선생님께 묻는다면? 또 선생님들이 교장에게 묻는다면 최소한 교장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정원 설치한 분을 통해 화초명과 화초관리 요령을 메일로 받았다.
내가 알고 있는 두 종류 외에 실내 공기를 맑게 하는 율마, 나비 여러 마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모습의 꽃모양인 시클라멘, 새집증후군을 없애주는 아라우카리아, 그밖에 레몬라인, 남천나무, 체리구즈마리아 등이 정원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다.
해바라기와 스킨답서스에 꽂은 분홍색 꽃만이 조화다. 나머지는 모두 진짜 식물이다. 모조품 하나가 더 있다면 펌프와 받침대다. 맨 처음엔 "저 무거운 펌프 쓰러지면 학생들이 다칠텐데..."하고 걱정을 하였다. 두드려보니 모조품이다. 플라스틱 제품이다.
우리 사회에 가짜가 판을 친다. 몇 년 전에는 가짜 학위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진짜 식물을 보고 가짜로 판단하고 있다. 잘 관찰하여 진위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 보니 우리의 정서도 메말라가나 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우리나라 진품과 중국의 짝퉁 제품 비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겉으로 보아서는 진품을 구별해내기 어렵다. 교육의 과제가 하나 늘었다. 진짜와 가짜 구별하기다. 학교 업무만 느는 것이 아니다. 해가 갈수록 교사가 가르쳐야 할 일이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