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헌신한 학부모들은 교육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부에서 내놓는 교육정책을 평하는데 있어 평론가 수준급이다. 교육을 몸소 체험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무자격교장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더니 새해 들어서는 무경력 교육감 이야기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흘러나온다. 교육(행정)경력이 없어도 교육감이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 동안 그들에게 ‘만만한 게 교장’인 줄 알았더니 그들에게는 ‘교육감도 별 거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그래 학부모들에게 툭 까놓고 묻고 싶다.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가 국가가 인정한 ‘교원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는 말인가? 내 자식 학교 교장이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진정 좋다는 말인가?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초·중등 교육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교육의 수장이 되어도 시원치 않은데 아무나 교육감이 되게 하자니 도대체 말이 되는가?
새해 벽두부터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인다. 최근 교과위는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요구 규정 삭제, 교육의원의 정당 비례대표제, 교육감 후보자의 당원 경력을 입후보 등록일로부터 6개월 완화를 시도하려다 교육계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현행법에는 교육감은 최소 교육경력이 5년, 교육의원은 10년이고 후보등록일로부터 2년간 무당적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감, 교육의원을 정당에서 추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왜? 헌법에 나타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혹자는 현행법이 외부 인사 출마를 원천 봉쇄해 교육 식구들만 출마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내부인은 개혁의 칼날을 겨누지 못한다고 지적까지 한다. 심지어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에서는 “교육감 출마 자격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청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학부모의 애타는 심정은 이해는 가지만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 교육 황폐화를 넘어 교육 쓰나미가 된다. 교육이라는 나무가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 망조로 이어진다. 그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모든 성과가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최소한도의 교육경력 요건에 대해 법률적 판단은 어떠할까? 헌법재판소는 2007년 모 한나라당 당원의 교육감 후보 자격 요건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지난 해 9월 24일 교육의원 및 교육감 입후보에게 일정한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헌법소원 심판 청구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그러고 보면 최근 국회 교과위에서 일어나고 일들은 헌법을 무시한 일련이 행위다. 준법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입법권을 무기로 초헌법적, 반헌법적, 위헌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교육과 국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득표와 정당의 이득만 따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악해서는 안 된다. 법안의 졸속 처리는 교육자치만 훼손시킬 뿐이다. 현행법의 문제점 보완이 우선이다. 즉, 기호방식 개선, 후원회 제도 도입, 교육의원 득표의 등가성 문제 해결 등을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 이상 교육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위헌적 발상으로 교육자치에 대못을 박지 말라는 것이다. 교육을 정치에 예속 내지 종속시키려는 시도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논리가 아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