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어요-
지난 일요일 광교산(582m)을 찾았다. 늘 가던 방식대로 구운중학교에서 13번 광교산행 시내버스를 탔다. 수원역전에 이르니 등산객 20여 명이 승차를 한다. 타지방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광교산이 명산(名山)? 아내와 대화를 나눈다.
"야, 수원 사람들 말고 외지에서 광교산을 찾는 사람들이 있네?"
"우리가 북한산, 도봉산을 찾아가듯 저 분들은 광교산을 찾는 거 아닐까?"
버스 정류장인 매산시장 입구, 도청 앞, 팔달문, 장안문, 경기대 입구에서 등산복 차림의 승객들이 연이어 승차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광교산은 수원시민들만이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일대, 수도권 전철이 통과하는 지역 사람들이 즐겨찾는 산이 되었다.
버스 종점에서 사방댐을 향하여 가니 오른쪽 시내가 얼음꽃 세상으로 변했다. 등산객의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에 물을 뿌려 얼린 것이다. 다른 한 쪽은 석회석 동굴처럼 얼음이 밑에서부터 위로 솟아 올라와 있다. 신바한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노루목을 향해 오른다. 경사가 심해서인지 조금만 올라도 숨이 가쁘고 땀이 솟는다. 포근한 날씨 때문에 속옷이 흠뻑 젖는다. 중간중간에 놓여져 있는 벤치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때론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해 본다. 목도리는 풀어 배낭에 넣고 상의를 풀어 놓는다.
노루목에서 시루봉으로 향한다. 지금부터는 능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힘든 코스는 끝났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그늘진 바닥 중간중간은 얼음판 그대로다. 다른 곳의 눈은 다 녹았으나 바닥에 다져져 꽁꽁 언길은 흙에 가려져 있다.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수원역앞 버스에서 만난 등산객들이 보인다. 그들은 경기대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이다. 시루봉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산 정상 정복을 기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내와 나도 시루봉 글자를 배경으로 한 컷씩 찍었다.
이제 하산길. 다시 노루목, 송신소, 억새밭을 거쳐 절터 약수터를 향한다. 약수터가 확 변했다. 과거의 지저분한 모습이 말끔하게 정돈되었다. 휴식 공간인 길다란 벤치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다시 하산을 재촉하여 내려가니 계곡물이 보인다. 얼음이 꽁꽁 얼었지만 그 밑으로는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그래 광교산의 봄은 바로 여기서 오고 있는 것이다. 문득 동요 하나가 떠오른다. 윤극영의 '봄이 와요'다.
"가만히 귀 대고 들어보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봄이 온다네 봄이 와요 얼음장 밑으로 봄이 와요."
다시 사방댐을 지나 종점 가까이 오니 내뿜는 공기로 흙과 먼지를 터는 에어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나도 바지 아랫부분을 살펴보니 흙먼지로 뽀얗다. 인근 식당에서 떡만두와 청국장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광교산행. 봄이 오는 모습을 찾아 본다. 봄은 어디에서 올까? 봄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서 오고 있었다. 등산객의 옷차림과 밝은 표정에서도 봄냄새가 난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과 계곡 물소리에서도 봄은 찾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