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얼마 전 경인교육대학 입학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요즘엔 대학 입학식을 2월에 한다. 신입생 학부모로서가 아니라 모교 총동문회 홍보국장 자격으로다. 리포터의 대학 입학이 1975년도이니 무려 35년만이다. 초대손님이 되어 객석이 아닌 단상에 앉았다.
언론에 서울 소재 몇 대학의 호화 입학식이 보도되었지만 경인교대는 과거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입학 허가선언, 장학증서 수여, 식사, 축사, 경인교대찬가 낭송, 교가 제창 순서로 식이 진행되었다.
식사는 경인교대 총장이, 축사는 총동문회장과 기성회장이 맡았다. 총동문회장의 축사를 사전에 보았다. 그 내용이 딱딱하기만 하다. 귀담아 들을 입학생이 많지 않을 듯 싶다. 회장은 축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넣었다. 7행시가 바로 그것.
홍보국장이 운을 띄우고 회장은 7행시를 풀어나가기로 하였다. 교무처장에게 7행시 내용을 보여주니 좋다는 반응이다. 이제 회장의 축사 차례. 회장은 홍보국장인 리포터를 옆에 세우고 소개를 해준다. 14회 졸업생이고 현재는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회장과 리포터는 연습 없이, 자연스럽게 '경인교육대학교' 7행시를 펼쳐 나간다.
경...경인년 60년만에 한 번 온다는 백호의 해
인...인천, 경기,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 우뚝 선 경인교육대학교에서
교...교직의 길을 걷고자 입학한 신입생 796명 여러분
육...6년간의 중 고등학교에서 쌓은 실력과
대..대학생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학...학문과 재능을 갈고 닦아
축사에 두 명이 등장한 것도 새롭고 7행시를 도입한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리포터는 사회자 석에서 운을 띄웠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회장과 리포터만 호흡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입생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마지막 '교'를 하기 전에 즉흥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음에 띄울 운 '교'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운을 띄워주시기 바랍니다. 신입생 여러분이 운을 띄우면 총동문회장님이 풀어나가시기 바랍니다. 자, 하나 두울 셋!"
교...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멋진 스승의 길로 전진합시다.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진다. 그래 바로 이것이야. 단상에 있는 사람과 객석에 있는 사람이 호흡 맞추기, 공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행사라면 공감대 형성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일방통행은 지루하기만 하다. 남는 것이 별로 없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행사, 딱딱하고 재미없지 않은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보통은 지루하기만 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러나 작은 아이디어 하나만 넣으면 흥미를 돋우고 재미와 웃음을 줄 수 있다. 기억에도 남고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축사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리포터와 호흡을 즉석에서 맞춘 총동문회장(권기종·전 수원수성초 교장)이 존경스럽다. 또 리포터와 함께 리듬을 맞추며 7행시의 마지막 글자 운을 띄워준 2010학년도 경인교대 입학생 769명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입학을 축하한다.
축사, 딱딱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