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덕홍 신임 교육부총리가 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대선공약인 교사다면평가제를도입하겠다는 발언을 한 이후, 이 제도의 도입 여부에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부총리는 "교사가 교장을 평가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해 교사들의 불만을 해소하겠다”고 말했지만, 교원70%는 다면평가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다면평가제는 '조직 구성원들이 전문성 개발을 위해 상호간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교직의 경우 평가 주체의 범주(교원,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 평가 내용, 평가 결과의 활용 방법 등을 두고 수많은 방안이 나올 수 있지만, 대선공약으로 채택한 민주당이나 교육부 모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갖고 있지 않다.
다면평가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가 2001년 교직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동료교사평가를 근평에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교육부가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정도이다. 다면평가제의 도입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 주체에 포함되느냐 여부이며, 이들 주체에 따라 다면평가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판이하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지난 2월 10∼11일 이틀간 중·고교생과 중·고생을 둔 학부모, 중·고교 교사 등 634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 학생 54.3%, 학부모 44.3%, 교사 20.4%가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평가에 찬성한다'고 답변했고, 학생 35.3%, 학부모 37.1%, 교사 76.0%는 반대해, 전체적으로는 찬성 42.7%, 반대 46.4%였다.
반면 한국교총이 홈페이지를 통해 "교사가 교장을,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13일 현재 반대 70.8%(1697명), 찬성 29.1%(699명)였다.
설문문항이 다르고,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골고루 포함한 교육방송의 전화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원의 접속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교총홈페이지의 조사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이지만, 교원의 70% 정도가 다면평가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다면평가제 도입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에서 교총과 전교조, 학부모 단체들은 논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교총은 "비전문가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전문가인 교원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는 입장이다. 한재갑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할 경우 "전인교육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교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송원재 대변인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현행 근평은 문제가 많지만, 교사가 교장과 교육청·교육부를 평가하는 전면적인 개선이 아닌, 교원에 대한 평가로만 국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많은 교사들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참스승인증제와 담임선택제 등 현실성 없는 정책들이 거론됐다"며 "이해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라는 반응이다.
학부모들의 "교사의 자질 향상과 태도 변화를 유발할 수 있 다"는 찬성론자들도 부작용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다.
학사모의 김용길 공동대표는 "학생이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교원·학부모·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 학생이 교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명신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대표는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평가는 필요하나, 학부모의 평가는 참고자료 수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전문가인 전제상 교수(경주대)는 "서열 위주의 평가로 고착돼 버린 근평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다면평가제를 도입할 필요는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평가제 도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 독일, 프랑스도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그 결과도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