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나무, 산새 등 자연을 좋아하는 필자. 이번엔 야생화에 빠질 것인가? 18일, 일요일 아침에 새벽밥을 먹고 집결지 성남 풍생고로 향한다.
성남들꽃사랑 회원들이 벌써 도착해 있다. 오늘 목적지는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812.8m).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오남호수를 지나 팔현리쪽 계곡을 따라 오른다.
제일 먼저 맞아주는 것은 야생화 촬영에 푹 빠져 있는 사진작가. 계곡 옆에 삼각대를 받쳐놓고 촬영에 열중이다. 뒤에 누가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노랑꽃이 피어 있는 것을 여러 구도를 잡아 근접촬영을 하고 있다. 필자를 보고는 피나물이라고 알려 준다.
소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큰괭이밥, 앉은 부채, 양지꽃, 복수초, 노루귀, 처녀치마, 얼리지, 제비꽃, 멸가치, 쇠뜨기, 꿩의바람, 괭이눈, 산괴불주머니, 별꽃, 는쟁이냉이,족도리풀 등이 보인다. 오늘 강사 역할을 하는 이제화 총무가 가르쳐 준 것인데 야생화 박사급 수준이다.
제비꽃, 쇠뜨기, 별꽃 등 수강생 입장에서 야생화 몇 가지 아는 정도인데 오늘 엄청난 학습 내용에 야생화 모습과 이름 연결시키기가 벅차다. 그러나 배우는 기쁨은 충만해 있다. 모르는 야생화 이름을 알고 그 꽃을 불러 줄 때 비로소 그 꽃은 나의 것이 된다.
천마산에는 현호색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오르는 길 양편으로 보랏빛꽃이 한창이다. 왜현호색, 댓잎현호색, 빗살현호색 등 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턱에 있는 현호색 군락은 장관이다. 너무 흔해서 인지 카메라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자줏빛꽃이 등처럼 매달린 미치광이풀, 회원들이 미친듯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이 야생화는 어느 한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옆엔 괴불주머니도 함께 보인다.
물가 근처에 피어나는 괭이눈, 마치 배추잎 같은 앉은부처. 이 야생화는 잎을 누가 뜯어갔는지 곳곳이 줄기만 남아있다. 총무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먹지 못하지만 곰이나 멧돼지는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멧돼지의 소행일까?
총무는 상상력을 발휘해 동물들은 번식기에 이것을 먹고 힘을 낸다고 곁들인다. 이 말에 회원 하나가 "그렇다면 '멧돼지 비아그라'네요"라며 농담을 던진다.
오후 2시, 이제 하산이다. 눈에 야생화가 녹아 들었다. 내려가면서 야생화 공부 복습이다. 또 미진한 촬영은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 오늘 야생화 초보인 필자가 너무 많은 학습을 한 것 같다. 본격적으로 야생화와 친해지려면 도감을 사서 공부해야겠다.
모 회원은 친구가 집을 방문했는데 야생화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고 묻기에 "야생화는 야생화 그대로 즐겨야 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답했다 한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순수하다. 점심 도시락 빈곽과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간다.
성남들꽃마을(회장 현종헌·성보정보고 교사). 1999년에 창립하여 올해 11년째인데 활동이 활발하다. 야생화 전시회 7회, 국내외 탐사 70여회, 연수 10여회, 견학 20여회, 자료집 4권 발간 등이 그 동안 이룬 실적이다.
오늘 해설을 맡은 총무가 마무리를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주위 환경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생태계라고 생각하자고. 참으로 의미 심장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