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위치가 바뀐 새내기 선생님들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서울 개봉초(교장 인정옥)를 찾아가 갓 부임한 새내기 홍지향, 김효정 선생님을 만나봤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용재 연구부장 선생님과 구선회 선생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 담임이 되어 교단에 섰을 때는 실습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김: 실습할 때는 수업안 짜는게 제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수업 자체보다는 아이들을 다루는 게 힘들어요. 지금 4학년을 맡고 있는데 조금만 눈을 떼면 시장통이 돼버리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절대로 제 말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법이 없어요.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다 받아들이려 하죠.
이: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되지요.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 기본적인 약속이 돼있지 않다 보니 지금이 제일 힘들 때예요. 노련한 선생님들은 노하우가 있으니 금방 익숙해지겠지만 새내기 선생님들은 힘이 많이 들겠지요.
홍: 저는 6학년을 맡고 있으니까 애들이 키도 크고 머리도 크고, 때로는 오히려 저를 가르쳐요. "선생님, 애들 질서 지키게 할 때는 이런 벌을 세우면 돼요", 이런 식으로요.
- 첫 수업은 어떠셨어요? 떨리진 않았나요?
김: 첫 수업 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 내가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배우는 건지 애들이 배우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으니까요.(웃음) 실습 때보다 많이 힘들게 느껴지는 건 다른 업무도 같이 하면서 수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 맞아요. 교사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종합예술'이거든요. 곁눈질로 배우는 게 제일 빨라요. 다른 반 환경정리도 살펴보고 시간 내서 다른 선생님들 찾아가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이: 학교가 얼핏 보면 개방적인 듯하면서도 폐쇄적인 곳이에요. 신경을 끄고 지내면 1년 내내 옆반에서 뭘하는지 모를 수도 있거든요. 흉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이 다 조정해주는 상황에서 수업만 하던 실습 때와 실제 학교에 와서 수업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요. 학교생활도 운전과
똑같아요. 처음에야 학원에서 정해준 코스대로 운전하면 되지만 실제로 도로에 나가서야 그렇지가 않잖아요?
홍: 저는 국어수업이 첫 수업이었어요. 국어과목은 저도 제일 재미있어했고 아이들도 흥미있게 잘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었는데 학교일을 이것저것 하다보니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수업을 하게 됐어요. 어느 순간 보니까 제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던 방식들, 가령 일제식 수업 같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죠. 아이들이 많이 활동하게 해주고 싶은데 아직은 좀 어려워요. 지금은 아이들과 "발표는 이렇게 하자", "이럴 땐 이렇게 해보자"하고 약속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구: 그게 바로 지금 필요한 교육이지요. 계획을 갖고 임하면 시행착오 기간이 훨씬 짧아질 겁니다. 지금은 학기초라 아동명부 내랴 환경정리 준비하랴 일이 많으니까 힘들 수밖에 없어요.
홍: 아직까지는 선생님들이 "이런 걸 해라"고 일을 주시지는 않아요. 그냥 옆에서 하는 걸 지켜보라고 하시죠. 학교 업무가 참 많은 것 같은데 그냥 정신없이 하다보니까 저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같고요.
김: 저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선생님들이 "해라"고 하시지 않고 "배워라"고 말씀하세요. 다른 학교 발령받은 친구들 얘기 들으니까 동학년 업무 따라가기만도 무척 힘들어하더라고요. 친구들이 저더러 복받았다고 해요.(웃음) 하지만 저는 지금도 선배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걸 참새다리로 쫓아가는 기분이에요.
- 이 선생님과 구 선생님은 첫 발령 때 어떠셨나요?
이: 30년 전 서울 봉천동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받았어요. 학급이 모두 103개였고 급당 학생수는 최고 70명이 넘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5학년 교실로 데려가셨는데 아이들은 책상 위에서 뛰고 정신이 없더군요. 교장선생님이 10여분을 타이르는데도 도저히 조용히 시킬 수가 없었어요.
할 수 없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교장선생님이 나를 소개하고 밖으로 나왔죠. 선생님이 내 손을 잡더니 "이 선생님, 미안합니다. 앞으로 힘들텐데 어쩌지요?"하고 걱정스러워하시지 뭡니까. 그에 비하면 아이들이 반으로 준 지금은 양반이지요.(웃음)
구: 경기도 평택으로 76년 첫 발령을 받았어요. 4학년을 맡았는데 애들 가르치는 것보다 업무 주어지는 게 더 무서웠죠. 학교 경리를 맡았는데 장작이며 연탄이며 각종 비품들 사고 경비 지출하는 게 다 내 일이었어요.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어서 서류 보면서 직접 배워가야 했죠. 그때는 힘들다, 하기 싫다 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내가 해야 되는 일이다' 싶어서 아이들과 부대끼고 업무 맡고 그랬던 것 같아요.
-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이들이 특히 예뻐 보일 때가 있었을 텐데요.
홍: 애들은 선생님이 당연히 공부 잘하는 애들이나 반장, 부반장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대요. 그래서 "아니다, 선생님이 이 자리에 서 보니까 정말 너희들 하나하나가 다 예뻐 보인다"고 말해줬어요. 아이들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때 정말 제일 예쁘더라고요. 저희 학급에 자폐 아동이 한명 있는데 친구들이 다 나서서 그 아이를 챙겨줘요. 그런 모습도 참 기특하고 좋아보였죠.
김: 제가 아직 아이들을 잘 통제하지 못해서 수업시간에 뭘 시키면 무척 시끄러워요. 그러다보면 내가 맞게 하고있나 헷갈리기까지 하는데 그 와중에서도 시킨 것을 열심히 따라하려 애쓰는 애들을 보면 참 예쁘죠. 저희 반에도 특수학급 아동이 한명 있는데 그 아이 짝궁은 제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림장을 쓸 때 자기 것을 빨리 쓰고 그 친구 알림장을 써줘요. 그리고 3학년 때 같은 반을 했던 다른 친구 하나는 그 아이가 화장실을 갈 때 꼭 같이 따라가 주고요. 어린 아이들이지만 대견하죠.
- '앞으로 이런 선생님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신다면.
김: 3월에는 아이들을 좀 엄격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애들을 보면 자꾸 웃음만 나와요. 가끔 속썩이면 화가 나기도 하는데 또 가만히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게 돼버려요. 제가 대학 때 잘 따르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제가 낯선 사람 앞에서는
좀 소극적이었거든요.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밥을 거의 먹지 못할 때는 방으로 불러서 간식도 챙겨주시고 아빠처럼 대해주셨어요. 그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같은 선생님이 되어줘야지' 생각했어요.
홍: 발령받기 전에는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걱정이 앞서서 만약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변분들께 여쭤보기도 했죠. 의견이 분분했지만 마지막에 결론은 하나같이 "아이들을 사랑해주라"는 것이었어요. 진심은 통하게 돼있다고요. 작은 것에도 칭찬 많이 해주고 이름 많이 불러주고, 이런 작은 것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마음가짐대로 변덕부리지 않고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선배 선생님들이 후배를 위한 조언을 한 마디씩 들려주세요.
구: 두 선생님은 이미 좋은 교사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가지 당부하자면, 아이들도 똑똑한 아이들보다는 순수한 아이가 더 예뻐 보일 수 있듯이 교사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똑똑한 교사도 좋지만 공구함의 잘 정리된 빗자루 같은 교사가 더 좋은 선생님일 수도 있어요. 순간순간 아이들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선생님이 되시길 바라요. 다독이고 정을 주다 보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마음으로 들어오게 돼있거든요.
이: 요즘 사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만이 좋은 선생님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기는 쉬워도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겠지만, 먼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노력이 기본 바탕이 돼야 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우려 하지말고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는지'부터 깨우쳐보세요. 이걸 안한 채 다른 것들을 욕심낸다면 뚜껑을 닫은 항아리에 물을 잔뜩 붓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요. 올해는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뚜껑'을 열지만
열심히 연구하세요. 그것만 성공해도 첫 발은 잘 디딘 셈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