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식사후, 아파트 인근에 있는 일월저수지를 산책했다. 한 바퀴는 속보로 한 바퀴는 가볍게 달리기로 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다. 산책 도중 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이번 3월에 신설교 초임교장으로 발령받은 Y교장을 만났다. 요즘 교장끼리 만나면 제일 먼저 주고 받는 인사말은 무엇일까? "교장 몇 년 하면 퇴직이지?"이다. 출발하면서부터 물러날 때를 생각하는 것이다. 교육열정을 불태울 생각은 않고 떠날 생각부터 하다니, 무언가 학교현장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교장 전체를, 교육계를 비리집단으로 몰아 붙이고 있느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 교장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정말 아닌데'다. 흉허물 없는 친한 친구들 모임에서 "야, 이 도둑놈아!" 하더라는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극히 일부인데 국민들은 이렇게 싸잡아서 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퇴직한 교장이 필자에게 실토를 한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게 전직 신분을 밝히기가 꺼려 진다는 것이다. 전에는 당당하게 교장 출신이라고 밝혔었는데 이제는 망설이거나 우물쭈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Y교장은 이런 말도 한다. 수련회와 수학여행을 가는데 학생 수가 적어 버스 구하기도 힘들고 숙박업소 구하기도 힘들어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인데 누가 누구에게 돈을 준단 말인가?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교육자가 당당해야 교육이 바르게 이루어진다. 선생님이 신분 밝히기 두려운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은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교육을 자신있게 펼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에 헌신해야 할 교장이 언제 그만 둘까를 생각한다면 국가 장래를 위해 안 좋은 현상이다. 나라의 미래가 어두운 것이다. 비리와 부정부패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일을 저지른 교장은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는 분위기가 이미 조성됐다.
정부의 교원불신 조장과 현장 여론을 무시한 정책 추진은 이제는 접어야 한다. 교육비리를 핑계 삼아 교장공모제 50% 이상 급격한 확대라는 여론몰이식, 보여주기식 정책 남발은 교육력을 약화시키고 교단만 황폐화시킬 뿐이다.
이번 6·2 지방 선거를 앞두고 교육의 정치장화, 무상급식 등 교육 포퓰리즘이 선거를 이슈화 시켜 교단뿐 아니라 전국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초임 교장과의 대화가 교단 걱정, 이데올로기 교육감 걱정, 교장 임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교 운영을 잘 할 것인가를 논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장 승임 축하와 함께 경력교장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는 소중한 대화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