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이성이 중요하다면 동시에,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정서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정서표현이 아직 불완전한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시기에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속한 학교라는 공동체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들을 통해 수없이 많은 감정들을 느끼고 겪게 된다. 예를 들면 학업문제, 또래와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외모 등 그 범위는 매우 넓고도 크다.
이처럼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청소년들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다. 정신과적인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 상당 수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우울증에는 개인의 성격적인 특성, 환경적인 스트레스 등의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생각될 때, 우울을 경험하고 가정적으로는 가족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그리고 부모님이 자주 싸울 때,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또한 성적이 안 좋거나 교우관계의 어려움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이러한 우울증을 사춘기 시절의 흔한 고민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고 지나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울증 해결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속에서도 우리 청소년들은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 속에서 우등생과 열등생이라는 계층이 필연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고 그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관심을 받고자 하는 열등생은 학교폭력이라는 왜곡된 방법으로 그 욕구를 채워가며, 학교 내의 또 다른 약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학교 내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함께 여성근로자의 성장은 이혼율을 증가시키고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생활화는 청소년들을 양산하고 있다. 청소년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는 없겠으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의 청소년 우울증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가정이나 사회, 학교에서는 청소년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쳐 사태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 우울증을 비롯하여 청소년의 전반적인 성격과 정서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전문화되고 다각적인 상담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 상담을 특정 전문가에게 일임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 좀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치료적 차원의 상담보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의 예방적 차원에서의 상담이 바람직하다. 청소년들이 평소에 다양한 관심을 계발하고 여러 가지 활동적인 취미활동을 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정, 사회, 학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아울러 청소년 우울증을 조기에 극복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청소년들이 좀더 긍정적인 사고를 갖도록 도움을 준다면 청소년 우울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참고로 우울증에 걸린 학생들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계속되는 우울과 불안감 혹은 공허감 -절망적인 느낌, 염세적인 사고 -죄책감과 무가치 혹은 무기력감 -불면, 아침에 일직 깨거나 과다한 수면 -식욕 감소나 체중 감소, 과식이나 체중 증가 -힘이 없고 피로하며 몸이 축 처지는 기분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혹은 자살 시도 -초조감, 쉽게 짜증을 잘 냄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의사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계속되는 신체증상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