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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는 과연 대장부인가?

요즘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어제는 아주 더웠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성난 바람이 소리를 내며 더위를 몰아가고 있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니 당장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그래도 성장하기 위해 말없이 자신을 이겨내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오늘 아침 우리학교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시간에 다룬 문장은 정기편(몸을 바르게 하는 편)의 두 번째 문장이다. “大丈夫當容人(대장부당요인)이언정 無爲人所容(무위인소용)이니라.” 이 문장의 뜻은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용서할지언정 남에게 용서를 받는 바가 되지 말지니라’이다.

여기서 當은 마땅할 당으로 must에 해당하는 한자다. 無는 莫(막), 勿(물)과 같은 뜻이며 금지의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爲~A 所~B’는 'A에게 B를 당하다, A의 B하는 바가 되다'의 뜻(피동형)으로 ‘남(A)의 용서받는(B)가 되지 말지니라(금지)’로 해석하면 된다.

大丈夫(대장부)는 사전에서 씩씩하고 건강한 사내라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렇게 정의를 내리고 싶다. 대장부는 '남자만을 뜻한다고 볼 수 없고 남자든 여자든 모두에게 해당된다' 하겠다. 마음이 건강하면 남녀 할 것 없이 대장부다. 의지가 굳세면 남녀 할 것 없이 대장부다.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가 대장부다.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운 사람은 모두가 대장부다. 그러므로 여학생이 나는 대장부가 아니니 나 하고는 관계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대장부는 어떠해야 하나? 마땅히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용서할 줄 아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자이다.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을 가진 자이다. 하늘과 같은 높은 마음을 가진 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용서해 줄 수가 없다. 좁은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남을 용서해 줄 수 있겠나?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자이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용서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사랑이 참 좋다. 사랑이 있으면 나를 힘들게 해도 용서해 줄 수 있고 사랑이 있으면 나를 괴롭혀도 용서해 줄 수 있고 사랑이 있으면 나를 못살게 굴어도 용서해 줄 수 있고 사랑이 있으면 나에게 피해를 입혀도 용서해 줄 수 있다.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 자이다. 오죽 했으면 나를 힘들게 했겠는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나에게 피해를 입혔을까? 의도적으로 나를 미워했겠는가? 자기도 모르게 나에게 죄를 저질렀겠지. 이러한 마음이 생기게 되면 용서해 줄 수가 있을 것이다.

대장부는 無爲人所容(무위인소용)한다고 하였다. 남에게 용서받는 바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대장부는 어떤 사람인가? 남에게 용서받을 짓을 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남에게 힘들게 하지 않는다. 남의 미움을 받을 짓을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대장부다.

다시 말하면 착한 사람이다. 인성교육이 잘 된 사람이다. 품격이 높은 사람이다. 인격이 제대로 된 사람이다. 누가 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다. 법 없이 살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대장부다.

그러면 나는 과연 대장부인가? 나는 대장부가 될 수 없는가?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낙심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의 용서를 받을 만한 짓을 했을지라도 지금부터 달라지면 된다. 남에게 용서받을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장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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