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출장을 다녀 온 어느 날, 교장실 물뿌리개(스프레이)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 '어허? 나 없는 사이에 누가 만졌구나! 저런….' 몇 년 전 거금 3만원을 두고 산 것인데, 그 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아깝기만 하다. 어떻게 할까?
방법은 두 가지. 버리기와 고쳐쓰기다. 후자를 택했다. 내 실력으로 고칠 수 없어서 우리 학교 기사님에게 맡겼다. 그 다음 날, 답이 왔다. 고칠 수 없으니 버리라는 것이다.
고장난 부위를 살펴보았다. 스위치 속 일부가 망가진 것이다. 물통에 물을 채우고 압력을 넣은 다음 스위치를 누르면 자연 물이 분사가 되는데 누군가 그냥 스위치를 누른 모양이다. 분사가 되지 않자 억지로 누른 듯 싶다.
제조회사를 살폈다. 회사 홈페이지 주소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담당 직원은 구입연도를 묻는다. 제품명을 대고 1년이 넘었다고 하니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답한다. 부속품만 교환하면 될 것 같다고 호소(?)하니 우리 학교 주소를 묻는다. 절반의 성공이다.
며칠 뒤 우편으로 스위치 부속품이 도착하였다. 개봉하여 부속을 교환하였다. 잘 될까? 물통에 물을 넣고 손잡이 위 스위치를 눌렀다. '칙----' 소리를 내며 분사가 된다. 성공이다. 3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사실, 물뿌리개가 고장나면 버리고 새 것을 구입하면 그만이다. 신경 쓸 일 없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공직생활 30여년 동안 근검 절약이 몸에 배었다. 학교 물건을 내 물건처럼 소중히 여기고 학교 돈을 마치 내 돈처럼 아끼고 아낀다. 그 돈 아껴야 교장 주머니로 들어오는 것 아니다. 또 들어 올 수도 없다.
필자는 재활용과 아껴써야 한다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공직자가 나라 물건을 아껴쓰고 소중히 여길 것이다.
우리 주위를 보면 쓸만한 멀쩡한 물건인데도 그냥 버린다. 유행이 지났다고, 철이 지났다고, 구형이라고, 쓸 만큼 썼다고, 내구연한이 지났다고, 제조회사로부터 서비스가 안 된다고, 고쳐 쓸 수 없다고 그냥 버린다. 이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
부속품 발송으로 제품 수명을 연장시켜 준 제조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