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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공자가 ‘교원평가제’를 보고 가라사대

인류의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추앙 받고 있는 공자의 가장 큰 업적이라면 유교의 창시와 동양사상의 기초를 마련한 점일 것이다. 평소 3000여명의 제자를 통해 끊임없이 국가를 통치하고 백성을 자상하게 보살피는 지도자의 도리를 설파한 공자는, 평소 사람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로도 유명했다. 지금까지도 공자의 제자 중 몇몇 인물들의 됨됨이와 행적이 상세하게 전해지고 있는 것은 공자가 사람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분명한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공자는 평소 그 사람의 행동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사람이 행한 행위의 결과를 오랫동안 관찰한 뒤 평가 자료로 삼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또 곰곰이 생각해보면 잘 지켜지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모든 일선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원평가제도'다. 침체된 교단에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의 교원들에게는 학생을 잘 가르치게 하여 훌륭한 성과를 창출하게 하며 또한 보상과 연수를 통해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이번 교원평가관리의 중요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학부모 평가의 실효성 문제, 지역 및 학교 규모에 따른 특성 무시, 교원의 업무부담 가중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의 특색에 맞춰 교원평가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한 이후에 교육감에게 시행을 일임해야 한다'는 주장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이다.

애초부터 교원평가 모형이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을 대상으로 소수의 교육학자들에 의해 급조되다 보니 농어촌지역과 도서지역 등 소규모 학교의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우를 범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교원평가시스템은 평가모형 자체가 원칙적으로 잘못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농촌지역의 경우 학생 수가 적은데 반해 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 등은 오히려 많아 실제 학부모수가 한 반에 대여섯명 밖에 안 되는 등 도시지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시행한 것이다.

학부모들 또한 교사를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평가를 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학교대로 의무적인 참여율을 달성해야되기 때문에 담당 교사가 밤낮으로 이를 독려해야 하는 등 교원평가가 상당한 업무 과중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교원평가제도 담당 교사는 업무폭주로 인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객전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교원평가에 자신이 있었던 일부 젊은 교사들마저도 막상 평가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설문 문항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거나 아주 사소한 불만으로 인해 과격한 평가를 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리고 평가 프로그램 또한 매우 엉성해서 한 번 평가를 하게 되면 다시는 고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나 학부모가 감정이 과격한 상태에서 평가를 한다고 치다. 그렇게 되면 평가 결과가 좋을 리가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나중에 감정이 가라앉아 자신의 평가를 후회하고 다시 좋게 주려고 해도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또한 1년에 한 차례 있는 공개수업만으로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단 한 번의 수업을 보고 열 명이 넘는 교과목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효성 없는 교원평가로 학부모들을 들러리 세우기보다는 차라리 부적격 교사에 대한 퇴출방안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옳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원평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주변의 여론을 정리해보았다. 정부는 이렇듯 일선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그동안 운영과정상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심사숙고하여 합리적인 개선방안이나 대체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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