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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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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자들아, 이제 꿈의 날개를 펼쳐라

먼저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동안 고3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얼마나 힘들었겠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단다. 너희들 부모님이나 선생님 세대도 그 시기를 건너올 때는 마치 홍역을 앓듯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기에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오금이 저려온단다.

올 한 해 너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마 여름이었던 것 같구나. 예년에 없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철철 흐르던 그 사우나 같던 날씨에도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애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물론 교실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40명 가까이 내뿜는 그 뜨거운 열기를 어찌 충분하게 식혀줄 수 있었겠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가을도 벌써 꼬리만 남긴 채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는구나.  그러다 보니 극심한 일교차로 감기에 걸려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꽤 많구나. 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데도 졸음이 밀려온다고 추운 복도에서 찬바람 맞으며 책장을 넘기는 아이, 저녁 식사하러 가는 시간도 아깝다며 밥도 거른 채 공부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대신 아프거나 식사해줄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구나.

선생님 마음은 늘 그랬단다. 아니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선 너희들이 건강하게 이 어려움을 무사히 넘겨주길 바라고 그 다음으로 너희들이 꿈꾸는 세상을 향해 마음껏 달려갈 수 있도록 이 과정이 부디 그 꿈을 이루는 기폭제가 되어주길 바랄 따름이란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도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을 겪으며 한 단계씩 성숙해지게 마련이란다. 모르긴 해도 지금의 이 경험은 깨알처럼 남아 있는 너희들 인생의 그 숱한 나날들 앞에 귀한 보약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단다.

지금의 너희들은 오랜 시간 동안 피와 땀을 쏟으며 준비한 후, 그 모든 것을 링에서 보여줘야 할 복서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복싱은 상대를 향해 펀치를 날려야 하지만 너희들은 시험지를 상대로 피말리는 두뇌 싸움을 펼쳐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쯤이면 밀려오는 긴장감과 상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적 부담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을 것이 틀림없을 게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단다. 틀림없이 잘 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 과정을 거쳐간 수많은 제자들이 너무도 잘 해줬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링에 오르기 전이라 두렵고 떨리겠지만 막상 링에 오르면 달라질 게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감도 사라지고 그동안 준비했던 기량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다. 그러니 조금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너희들이 링에 오르는 날은 선생님도 새벽부터 교문 앞에서 힘찬 응원 구호를 외칠 것이다. 더 높은 세계로 날아가기 위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당사자들은 얼마나 긴장되고 또 떨리겠니. 비록 선생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전의 문으로 들어가는 너희들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단다. 그래 18일,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너희들의 그 늠름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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