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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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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교는 지금 흡연하는 아이들과 전쟁 중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효과적인 금연대책이 시급한 때

요즘 학생생활지도에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흡연이 아닌가 싶다. 학교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교복을 입은 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중·고등학교 학생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기성세대의 태도라고 본다.

이유인즉,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혹시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슴없이 흡연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흡연 행위가 학교 내에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무서워 담배를 끊어야겠다”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교사들도 있다.

예전보다 교칙이 많이 완화되어 흡연하는 학생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줄 수밖에 없는 학교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다 보니, 흡연하는 학생이 줄기는커녕 이와 같은 교칙을 우습게 알고 계속해서 흡연을 일삼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교사들이 많다.

한편, 학교의 지나친 단속이 아이들을 교문 밖으로 내몰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흡연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지어 무단 외출을 감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 학교 주변 으슥한 지역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이웃 주민에게 발각되어 마찰을 빚는 것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점심과 저녁 시간을 이용해 무단 외출하는 아이들을 단속하기 위해 시간마다 조를 짜서 순찰하고 있으나 흡연하는 아이들이 워낙 많아 이것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더군다나 과다한 수업에 처리해야 할 잡무가 많은 선생님의 고충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흡연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흡연을 시작한 시기, 흡연 동기, 흡연 장소 등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아이들도 몇 명 있어 놀라게 하였다.

흡연 동기로 호기심이 제일 많았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흡연을 선택했다고 한 아이들도 있었다. 흡연 장소로 동네 놀이터, 노래방, 당구장, PC방 등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서든지 흡연할 수 있는 만큼 흡연 장소가 상당히 노출되어 있었다.

금연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느냐의 질문에 모든 아이가 한 번 이상 금연을 시도해 보았다고 하였으며 지금도 하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금연 방법으로 금연침이 제일 많았으며 약물치료, 기 치료, 금연클리닉, 금연교실참가 등이 있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로 금연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 대부분은 담배를 배운 것을 후회하고 있었으며 담배를 끊을 수가 있다면 어떤 일도 감수하겠다며 금연의지를 보여주었다.

가끔 복도에서 지나치는 아이들로부터 나는 담배 냄새가 역겨워 인상을 쓸 때가 있다. 그렇다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그 아이를 잡아 담배를 피웠는지 물어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한편 아이들 또한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의 입과 옷에서 나는 냄새로 수업시간이 아주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에 교사나 학생이 모두 서로 배려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아이들의 금연운동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공감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학교 차원에서는 주기적인 금연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금연에 성공한 아이들이 작성한 수기집을 만들어 홍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건만 된다면 금연에 성공한 아이들이 직접 흡연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게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사실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제자들이 나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담배에 찌든 내 모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끔 학교를 찾아온 제자들은 내 입과 옷에서 나는 담배냄새로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며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그런데 20여 년 이상 동안 하루에 담배 2갑 이상 피웠을 정도로 골초이었던 내가 담배를 끊었다는 말에 제자들은 믿기지 않는다며 내게 코를 들이대며 확인하는 시늉까지 하곤 하였다. 스승의 날 편지에서 아이들로부터 담배를 끊으라는 내용을 빼놓지 않고 들었던 내가 담배 끊은 사연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내 이야기가 아이들의 금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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