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은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날이다. 선생님께 선물을 드려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서먹서먹한 날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값비싼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큰 마음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하나로 스승과 제자들이 얼마든지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
7교시 문학수업에 들어갔다. 갑자기 반장이 교실의 불을 소등하더니 카네이션과 장미꽃으로 예쁘게 모양을 낸 케이크를 교탁에 올려놓았다. 하트모양의 형형색색의 촛불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불이 밝혀지자 케이크 한 가운데에 빨간색 초콜릿으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새겨진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스승의 날을 맞이해 꼬깃꼬깃한 용돈을 털어 마련한 예쁜 케이크와 문구였다.
이윽고 ‘스승의 은혜’란 노래가 시커먼 사내녀석들의 입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콧날이 시큰해지는 순간이다. 한 녀석은 수업 때문에 목이 아프시니 목캔디를 드시라며 사탕 한 알을 내민다. 무뚝뚝한 사내아이들에게 이런 섬세한 면이 있었다니, 다시 한 번 감탄하는 순간이다. 반장은 선생님께 손수 쓴 편지를 낭독했다. 그야말로 감동의 물결이다.
아이들이 사온 케이크의 촛불을 훅 하고 불어 끄고 아이들 숫자만큼 케이크에 조각을 냈다. 모두 36조각. 비록 손톱 만한 케이크 조각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케이크란 듯이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런 것이 참된 스승의 날의 의미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