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님, 안녕하세요?”
운동장에 계시던 교감선생님께서 수석교사인 줄 알아보시고 먼저 밝게 인사로 맞아 주신다. 오늘은 의정부 K초등학교의 컨설팅이 있는 날. 관내라도 타 학교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컨설팅 덕분에 여러 학교를 다니고 있다.
오늘 수업 컨설팅은 경력 1년차 남교사가 신청하였다.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였는지 수업공개 일정에 촉박하게 메일이 오는 바람에 수업 전 컨설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였다. 메일로 받은 교수·학습과정안을 살펴보니 비교적 무리 없이 짜여져 있었으나 학습자 배움중심 수업보다는 교사주도적인 수업이 되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오늘 수업처럼 예술성이 짙은 음악수업을 공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설렘반, 기대반으로 수업을 참관하였다.
염려는 그대로 나타났다. 학습목표를 제시하고 학습활동안내로 이어질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하겠습니다” 등의 학생이 참여하고 생각하는 과정이기 보다는 교사가 내내 이끌어 가고 있었다. 다소 이해가 요구되는 부분에서도 별다른 설명이나 학생들의 발견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도 하였다. 표현 및 감상단계에서 핸드벨 연주를 감상하는 파트와 핸드벨 연주를 발표하는 파트로 나누어 하였는데 상대파트의 연주를 듣고 평가요소를 느낌에 넣어 발표하는 학생들이 매우 적었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무언가 흥미의 부분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으나 지속되지 못하였고 목표에 근접하지 못하였다. 3박자의 매우 아름다운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몸으로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경직된 연주였다고 할까?
담임교사는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잘 연주하고 디지털 피아노라든지 기타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다양한 수업을 전개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이 보였다. 문제는 교사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할까에 고민하는 과정이 좀 더 필요하였고 교수용어와 교수자료 활용에 있어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협의회가 있었다. 동학년 교사와 음악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모였다. 모두 음악교과에 대한 교수법에 대하여 애로사항을 토로하였다. 5, 6학년 새 교과서로 바뀐 뒤 그동안 적용해 오던 교수방법하고는 다른 면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동학년 교사들은 오늘 수업한 교사의 수업방법과 모든 반이 다르게 적용하여 수업했던 사실을 이야기 하며 활동적인 교과내용들이어서 학생들은 흥미 있어 하나 교사들은 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수석교사의 차례가 되어 몇 가지이야기 하였다. 분위기를 전환시킬 겸 “팔은 안쪽으로 굽는가 보죠? 저는 돌멩이(수석)니까 어디로 튈지 모를 거예요” 하니 모두 까르르 웃는다.
우선 참관교사들의 위치를 다양하게 할 것을 조언하였다. 여러 교사들이 한쪽방향에서 보다 보면 아이들의 활동을 보는 측면이 같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기악수업이 주 흐름이었으나 간혹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기 전에 호흡과 자세 등을 한 번 더 교사가 말해 준다면 학생들의 소리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과 똑같은 학습행동을 두 번 반복할 때에는 반드시 그 이유를 수업자에게 말해 주어야 좀 더 발전된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핸드벨의 잡는 법이 제각각이고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어서 기초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음악시간에는 특히 기악이든 성악이든 힘 빼는 것과 기초적인 지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학생들의 책상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채 수업에 임하였는데 배움일기장 등을 사용한다면 수업을 하고 나서 무엇을 느꼈는지 직접 써보게 할 수 있고 몇 명만 느낌을 발표하는 것보다도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으로 교사가 충분히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IT로 디지털 음악을 삽입, 제작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연주를 하게 하였는데 음악만큼은 정서 및 인성지도 차원에서 교사들이 연주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음악교과서만 해도 태성, 금성, 천재, 대한교과서(주) 등 여러 교과서가 있고 교과서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개정음악과교육과정에서 활동, 이해, 생활화가 강조되는 것만큼 교육과정 분석을 토대로 주어진 교과서로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르는 교사의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수업 후 협의회 중에 어느 교사가 ‘음악책에 왜 갑자기 핸드벨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오늘 수업후협의회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통해 과목별 새 교과서 교사연수 프로그램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