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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입학사정관제 안착을 위한 제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지 4년차에 접어들면서 모집인원도 전체 정원의 10%를 웃돌 정도로 주요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입학사정관제가 21세기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국가적 차원의 전략에 따라 정부 주도로 시작됐으나 학교 현장에서도 점수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은 물론이고 공교육의 발전 또한 요원하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내신이나 수능 등 서열을 가리는 시험에서 높은 점수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여전하고, 이를 부채질하는 대입 전형방식이 끊임없이 사교육을 키우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공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지나친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미리 발견하고 그에 적합한 방향으로 진로를 설정하여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입학사정관제이고 그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제로 그 준비 과정을 담당하는 학교 현장에서의 고민은 만만치 않다. 대학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입시까지 자기주도적학습 전형이라는 이름으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도 기존의 교육방법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지 즉 각론에 대해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교 현장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에서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전형 요강을 살펴보면 대학마다 두루뭉술하게 자신의 소질과 잠재능력을 파악하여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피상적인 문구들이 많다. 그런 내용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도 소질과 잠재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또 관련된 서류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입학사정관제의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지만 학교현장의 변화는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 되었다. 과거와 다름없이 학교수업은 학생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기 위한 진로활동이나 이를 계발하기 위한 동아리활동은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올해부터 일부학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배치하여 진로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분들의 역할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충수업이나 교과중심의 방과후 활동도 큰 변화가 없다. 말그대로 학력 중심의 교육 방법은 여전한데 다양한 활동을 필요로 하는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 과정이나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학교시험에 수행평가와 각종 모의고사 등 전과 다름없는 시험의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만의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교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교와 대학 간의 의사소통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고교와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놓고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그리고 백화점에 진열된 물건처럼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진 현재의 수시전형 방법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금보다 수시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로 더 많은 학생(정원의 50% 이상)을 선발한다면 당연히 일선 학교에서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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