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탄금대를 찾았다. 뜨거운 유월의 햇살아래 짙은 녹음(綠陰)이 더욱 싱그러워 보였다. 시내에 가까이 있는 공원으로 숲길이 있어 많은 시민이 찾는 곳으로 충주시 북서부에 위치한 대문산(大門山)에 있는 명승지이다.
악성(樂聖) 우륵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가야금을 타던 곳이라 하여 탄금대(彈琴臺)라고 한다. 임진왜란의 전적지(戰跡地)이며 신립(申砬)장군이 소서행장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탄금대는 북쪽 절벽을 따라 남한강이 휘감아 돌고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조정지댐을 막아 탄금호가 생겨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서 새로 놓고 있는 탄금대교와 우회순환도로 다리가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어 너무 아름답다. 탄금대 뒤편에 퇴적층으로 쌓인 용섬은 4대강 개발로 공사가 한창이다. 목행동까지 호수의 물이 차올라 호반의 도시가 되어 무술축제가 열리고 무술박물관을 비롯한 체육관광시설이 들어선 금릉동 일대는 항상 활기가 넘치는 곳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2013년에는 세게조정선수권대회가 중앙탑이 있는 탑평리 일원에서 열리기 때문에 시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년후가 되면 충주탄금호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하게 될것이다.
탄금대에 오르니 야외음악당이 녹색잔디와 함께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문화원 건물 옆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기와집이 보이는데 충북궁도협회 회원들이 국궁의 활시위를 겨누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밤꽃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숲속에서 궁도를 즐기는 분들이 너무 부러웠다.
조금 더 내려가니 조용한 절이 보인다. 전에는 작은 절이었는데 개축과 보수를하여 주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절로 변모하고 있었다. 탄금호 절벽 옆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청금정(聽琴亭)이라는 정자가 우뚝 솟아있고 호수쪽으로는 신립장군이 왜적과 싸울 때 절벽을 오르내리며 칼을 식혔다는 열두대 바위난간에 망을 쳐놓았고 신립장군 전적지 비석이 서있다. 정자에 올라 주변경관을 둘러보니 풍부한 수량 덕분에 주변의 산과 호수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동편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권태응 선생의 감자꽃 노래비가 보였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꽃 핀건 하얀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일제에 항거하며 지은 동시로 시의 내용속에는 우리민족의 주체성이 담겨져 있는 간결한 시로 탄금대를 찾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왜송(倭松)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임란 때 왜군에게 패한 신립장군의 전적지이고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권태응 선생의 감자꽃 노래비가 있는 곳에서 왜송을 보니 분개심이 솟구치는 것을 누를 길이 없었다. 탄금대에 있는 왜송은 우리 소나무로 바꿔 심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신립장군과 함께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80인의 위령탑이 우뚝 서있었고 바로 옆에는 호국영령들을 모신 충혼탑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참배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머리숙여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하고 다시 숲길을 걸었다.
숲속의 오솔길을 따라 걸으니 머리도 맑아지고 유월의 녹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풋풋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를 벤치에 걸터앉게 하였다. 탄금대 안내판과 문화재 해설사가 근무하는 초소막(硝所幕)사이에 멋진 디자인으로 봉사단체가 세운 '탄금대 사연' 노래비가 눈길을 끈다. 박달재에 가면 '울고넘는 박달재' 노래가 항상 울려 퍼지듯이 노래가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시민의 지혜를 모아 숲길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가꾸어 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