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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그거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

최근 지하철내에서 소위 젊은층과 노인들의 말다툼이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노인들이 지하철에서 서있는 모습을 보면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는 분위기였다. 어쩌면 최근처럼 노인들에게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특별히 말리거나 중재를 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지하철에 경로석이 등장하면서 이런 일들이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요즈음 젊은층이나 학생들은 정해진 틀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지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소유욕이 매우 강해진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것도 최근의 사회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교실바닥이나 계단, 복도에 떨어져 있는 휴지를 줍도록 하면 곧바로 "그거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라는 대답으로 돌아온다. 자기가 하지 않았는데, 왜 자기에게 시키느냐는 것이다.

지하철에서의 문제도 경로석을 지정해 놓았는데 왜 일반좌석에 앉으려고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로석 지정 이후에 충돌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즉, 경로석 외에는 자신들의 영역인데 그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영역 침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경로석이 비어 있으면 자신들이 앉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자신만을 생각하는 요즈음의 분위기에 맞는다 하겠다.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수모를 당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조건 젊은층들의 잘못만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연시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층들에게 자리를 양보받지 못하면 직접적으로 부모까지 이야기하면서 막말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 물론 일반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지만 정말로 몸이 불편해서 겨우 잡았던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거나, 임산부인 경우에도 예외없이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너무 권위적으로 소통하려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탈권위와 디지털 소통에 익숙해 면대면 접촉에서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데 서투르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한 언론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조사를 했는데, 46%가 젊은층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직은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노인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요즈음의 학생들을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는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전후해서 학교에서 글짓기대회를 하거나 학생들에게 과제를 부과하였다. 그때마다 등장하는 메뉴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면서 양보하지 않고 잠을 자는척 하거나 책을 읽는 척하는 학생들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꼭 들어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학교는 이런 글짓기를 쓰도록 하는 곳도 많지 않지만 학생들의 글에서 자리양보라는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은 학교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입시제도에서는 어쩔수 없는 분위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을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졸업한 후에도 취업이 어려워 청년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에 잘 들어가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보니 학생들이 경로효친에 대한 교육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사회전반에 걸쳐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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