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앙일보에 나승연 평창유치위 대변인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나 대변인은 이번 평창 유치위 활동 중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며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데 특히 신경을 썼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신문 일부를 읽어보면,
○ 나 대변인은 “조양호 위원장은 2018년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모습을 가정해 떠올렸다더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지나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리허설 때 감정이 복받쳐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는 나 대변인은 “실전에서는 경쟁 도시를 생각하며 냉정을 찾았다”고 말했다(중앙일보, 2011년 7월 20일).
이 중에 ‘복받치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북받치다’라고 해도 된다. 두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복받치다’
감정이나 힘 따위가 속에서 조금 세차게 치밀어 오르다.
- 설움이 복받치다.
- 슬픔이 복받쳐 오르다.
‘북받치다’
감정이나 힘 따위가 속에서 세차게 치밀어 오르다.
- 슬픔이 북받치다.
- 가슴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글썽였다.
실제로 일부 신문은 ‘나승연 대변인, 유치 확정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스포츠투데이, 2011년 7월 11일)’라며, ‘북받치다’라는 단어를 썼다.
사실 우리말은 미세한 음운의 차이로 뜻이 달라지는데 두 단어는 의미에 특별한 차이가 없고, 문법적 기능도 같은 동의어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양성 모음과 음성 모음의 차이로 오는 느낌이다. 즉, 양성모음은 작고 밝고 가벼운 어감을 준다. 대체로 입을 크게 벌리게 된다. 반면 음성모음은 크고 어둡고 무거운 어감을 준다. 따라서 ‘북받치다’가 더 큰 느낌을 받는다.
참고로 ‘북돋우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북돋우다’는 ‘북’에 ‘돋우다’가 결합한 말이다. 여기서 ‘북’은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이라는 뜻이 있다.(북을 돋우다 / 고추밭에 북을 주다) 이 ‘북’에 ‘돋우다’를 합쳐 ‘북돋우다’라는 말이 생산되었다. ‘북돋우다’는 ‘흙을 긁어모아 식물이 잘 자라게 만들어준다’는 뜻이 있다. 이 말이 지금은 ‘기운이나 정신 따위를 더욱 높여 주다’는 뜻으로 쓰인다. ‘사기를 북돋우다./애국심을 북돋우다’라고 사용한다. 그런데 ‘복받치다’와 ‘북받치다’를 같이 사용하는 것에 이끌려 ‘북돋우다’ 대신에 ‘복돋우다’를 쓰는 경우가 있다.
○ ‘당신 잔을 비워드릴게요’는 Let me freshen your drink라고 하는데 freshen에 ‘신선하게 하다, 힘을 복돋우다’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세계일보, 2009년 4월 7일).
○ encourage : 동사로서 ‘용기를 복돋우다’, ‘격려하다’, ‘장려하다’의 뜻(부산일보, 2008년 2월 26일).
여기의 ‘복돋우다’는 모두 잘못이다. 우리말에 없는 단어다. ‘복받치다’와 ‘북받치다’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중심 의미가 ‘-받치다’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돋우다’는 ‘북-’과 ‘-돋우다’에 모두 의미가 있다. 합성어다.
‘북돋우다’는 ‘북돋다’라고 줄여 쓰기도 한다. ‘생기를 북돋다./흥을 북돋다./의지를 북돋아 주다./용기를 북돋아 주다.’
‘북’이라는 단어에서 확장된 ‘북주다’라는 말도 쓴다. 이 뜻은 ‘흙을 긁어 올리어 식물의 뿌리를 덮어 주다.(국어대사전, 민중서림, 이희승)’라고 풀이하거나, ‘흙으로 식물의 뿌리를 덮어 주다.(우리말 큰사전, 어문각, 한글학회)’라고 한다. 또 ‘우리말 큰사전’에서는 ‘북주기(그루에 흙을 두두룩하게 덮어 주는 일)’라는 명사도 실었다. 이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