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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반값 등록금’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말로만 듣던 대학생 자녀를 두고보니 등록금 문제가 이젠 남의 일이 아닌 당장 나의 일로 다가왔다. 위력이 대단하다던 ‘등록금 폭탄’의 실체를 경험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입생 첫 학기 등록금 고지서에는 입학금, 수업료, 학생회비 등 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가 잘 보이도록 그것도 아주 고딕체로 진하게 인쇄가 되어 있었다. 연이어 한 학기 기숙사비도 날아왔다. 마치 세금고지서처럼 120만원이 적혀 있었다. 각종 부대 비용은 일일이 계산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났다. 그냥 쉽게 한 학기에 1000만원 가까이 들어갔다고 보면 좋을 듯 싶다.

‘등록금 폭탄’을 가까스로 메우고 잠시 여유를 찾을만 하니 아이가 벌써 방학(6월 중순)을 했다고 집으로 돌아왔다. 1학기 동안 낸 기숙사비는 그렇다쳐도 많은 비용을 내고 배우는 기간이 고작 4개월 남짓이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쁨도 잠시 이제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마침 정치권에서는 등록금으로 인하여 고초를 겪고 있는 서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반값 등록금 문제를 꺼냈다. 그것도 집권당 원내대표가 제기했으니 이번 만큼은 한 번 기대해 봄직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할 대학생들이 방학 때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4000원대의 시급을 받아가며 아르바이트에 나선다고 하는데 그것도 자리가 없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다행히 일자리를 구해 첫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온종일 일에 시달리면 등록금 마련은커녕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하니 젊은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딸 아이의 2학기 등록금 고시서가 날아왔다. 납세고지서같은 느낌이 나는 하얀 종이에는 정확히 2만3500원이 빠지는 500만원에 이르는 거금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정치인들이 무슨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속은 사람이 바보지 하는 심정이면서도 반값은커녕 한 푼도 떨어지지 않은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있자니 마치 실연을 당한 것처럼 허탈했다. 애당초 자신이 없으면 말이라도 꺼내지 말 것이지 말만 번드르름하게 하고 실천은 따르지 않는 정치인들의 생리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씁쓸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정된 기간 내에 딸 아이의 등록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학자금 대출로 급한 불을 끄고 상환은 나중 일이니 차츰 고민해도 될 터이다. 대출 신청을 하고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로에서 빰맛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는 말처럼 너는 다른 아이들처럼 장학금도 못받느냐고 호통이라도 치면 시원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에게는 차마 험한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지금도 등록금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데 둘째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2년 후에는 어찌될 것인지 생각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들은 딱딱한 책상에 눌러 앉아 온종일 책과 씨름하며 어렵게 들어가 대학이지만 학부모들은 그때부터 등록금을 마련하느라고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렇게 힘들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은지 오래 됐다고 한다.
 
‘등록금 폭탄’으로 인해 부모들의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낼 지경이다.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다가오면 표를 의식해 선심성 공약을 쏟아놓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등록금 문제도 그런 의도에서 접근했다면 차라리 사표(死票)가 될 지언정 그들에게는 절대 표를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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