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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교CEO, 교장을 다시 생각한다

세계 최초, 최대, 최고령, 최연소 등등 최고를 너무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기에 그나마 이렇듯 좁은 땅덩어리에 살면서도 부존자원이라곤 없는 작은 나라지만 여기까지 성장해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영향력(?) 발휘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니 어찌 최고를 지향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구시렁거릴 수만 있더란 말인가? 괜히 너무 부러운 나머지 질시의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악의만 아니면 칭송받을 수 있음도 일리는 있다. 그리고 어차피 남을 앞서지 않고서는 살벌한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남을 딛고 올라서야 함을 끊임없이 배워온 터이잖는가?

바르게 후학들 가르치며 저들이 누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모습에 스스로 위로를 받으며 보람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교단에 서 보지만 현실은 일단 이런 교사들을 고리타분(?)의 극치를 달리는 앞뒤가 꽉 막힌 융통성 없는 교사로 몰아세우고 마는 안타까움이 언제나 끝이 날 지 알 길은 없다.

하기야 세상이 또 온통 이런 교사들로만 꽉 차서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약삭빠르게 자신의 안위와 영달만을 위해 본연의 일보다는 곁눈질에 더 재주가 있어 가지고는 '굉장히 빨리 교장이 되신 걸 보면 능력 정말 대단하시네요'라며 인정받는 그 기분은 어떨지. 훨씬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을 세상 이치가 입증해 주긴 하지만 말이다.

기존의 100여 시간 남짓 훈련으로 교장에게 자격증을 주는 우리네 교장 임용방식, 그 훈련 대상이 되려면 과연 어떤 절차가 요구될까? 좁디좁은 관문을 뚫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 경쟁의 세상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경주자들에게 돌을 던질 이 많진 않겠지만….

문제는 성실히 맡겨진 아이들만 잘 가르치는 멍청한(?) 교사들은 자격증을 주는 지금의 교장 임용 방식 하에서는 도무지 교장이 될 수가 없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억울하면 교장 되려고 수단 방법 동원하면 되지 왠 군소리냐는 것이다. 개중에는 정말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 앞에 그리고 거창하게는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다가 멋지게 교장이 되신 분들도 가물에 콩 나듯 없기야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소위 피 눈물 나는 노력의 모습은 말하기 쉽게 '그러니 교장은 아무나 하나'라는 소리로 떵떵거리게 하기에 충분하리라. 최소한 어떤 조직의 장이 된다는 일은 그 조직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몹시 힘든 일임을 부인하는 이 없다. 정당하고 바른 방법과 제도 하에서라면 말이다. 그리고 애써 노력해 성취의 쾌감도 얼마든지 느껴 볼만한 가치 있는 일임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의 교장 임용방식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에 순응하며 열심히 준비해 온 몇몇 대상자들 빼고는 말이다.

언제였던가? 막강 파워를 구가하는 언론매체에서 '40대 젊은 교장 등장' 이니 '최연소 여교장 탄생' 등등을 앞 다투어 보도했던 일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저들이 대단한 양 보도했던 소위 40대 교장은 과연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그 내막을 알고는 있었을까?

너무도 소중한 가치인 '성실'한 교사라는 소리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세상이 몇 번 뒤집어 져도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일단 교단에 서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만 해가지고는 전혀 불가능하다 했으니 또 다른 방법이 어찌 있지 않겠는가?

그 방법은 소위 아이들 가르치라며 국가가 부여한 교사 자격증에 나타난 본연의 임무를 팽개치는 일부터 시작된다. 전문직이라며 시도교육청이나 교과부 단위에서의 직원인 장학사나 연구사가 되는 일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자격이 주어지는데다가 아이들 잘(?) 가르쳤느냐 못했느냐는 평가 항목에 들어 있지도 않으니 교육학 이론이나 국가나 자치단체의 교육 시책 또는 정책을 달달달 외워서 치르는 시험에 좋은 성적 얻어 합격만 하면 된다는 것이라 잖는가?

시험을 앞둔 저들에게 시험 대비하는 일이 어떻게 또릿또릿한 제자들 눈망울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공부한 이론은 정말 문제투성이인 우리 교육 현실 앞에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무용지물임을 저들은 혹시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눈 가리고 아옹일 수밖에 없음을 숨길 순 없을 것이리라.

이렇게 꿰차고 들어간 자리는 저들 나름의 순서에 입각해서 2년 내지 3년이 지나면 교감 자격 연수를 받게 되고 또 그렇게 2~3년 흐르면 교장 연수까지 고속으로 그리고 자동으로 받게 되니 40대 초중반에 교장이 안 되고 어찌 베기겠는가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교감으로 최소한 1년의 실무 경력을 거쳐야 한다는 양념 같은 장치도 빠뜨리진 않고 있다.

이렇게 초고속으로 올라간 그 교장 자리가 소위 교장 임기제라는 덫만 없었다면 만사형통이었을 텐데 최대 8년 밖에 교장을 할 수 없다니 너무 빨리 된 게 화근으로 변할 줄이야. 40대 중반 쯤 교장이 되었으니 8년 교장을 해도 62세 정년까지는 너무도 길고 먼 기간이 남아있질 않은가?

그렇다고 국가가 부여한 소중한 소명 따라 다시 아이들 가르치는 그 일에 긍지를 가지고 복귀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저들에겐 있을 수조차, 아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앉았던 교장이 저 아랫자리인 교사로 내려설 수 있느냐는 논리 아닌가?

그런 유능한(?) 젊은 교장들을 어찌해야 할까? 탁상 머리에 앉아서는 초록은 동색이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감싸 안을 정책을 어찌 만들어 내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 정책이 소위 초빙교장제라느니 요즘 더욱 교묘하게 떠들고 있는 교과부안인 초빙공모제 교장제라잖는가? 그럴 듯 하게 '공모제'라는 무늬만 덧붙여 가지고는 무슨 대단한 정책이나 수립한 듯 수많은 교사들을 우롱하고 있지 않은가? 이상한 위원회까지 만들어서는 공청회니 어쩌니 수선을 떨더니만 제대로 된 안(案)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한 채 말장난이나 해대고 있으니.

기존의 문제투성이인 근평제니 교장 자격증제를 그대로 놔 둔 채 엎어 쳤다가 둘러쳤다가 하고들 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뭐 하자는 얘긴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관심 없으면 제도가 이렇게 바뀌든 저렇게 바뀌든 상관 말고 고상한 척 잘난 척이나 계속 하시오. 우린 열심히 현 제도 십분 이용해 빨리 교장 될 테니'라는 빈정거림이 여전히 귓가를 간질이고 있긴 하지만, 이름도 빛도 없이 교단을 굳건히 지키는 대다수 교사들 제발 좀 가만히 놔두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지 원 늘 이해가 안 간다. 수업하기 싫어서 교단을 떠난 자들이 교육을 디자인하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한다. 그리고 바른 눈으로 그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력이 우리 교육 가족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제 분명 바꿀 때가 되었다. 아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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