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빙 뷔페가 유행인가 보다. 채식 뷔페집도 있고 보리밥 뷔페집도 있다. 옛날엔 가난한 사람이 채소를 먹었고 보리밥을 먹었다. 지금은 그 반대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을 즐긴다. 쌀밥을 멀리하고 보리밥이나 잡곡밥을 먹는다. 흰 쌀밥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갔다.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뷔페 식당을 방문하였다. 1인당 7700원인데 음식도 정결하고 단백한 맛에 먹을 만하다. 사람도 북적대지 않아 품위를 지키며 먹을 수 있다. 주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보인다. 아내가 동료들과 한 번 와 본 곳이라는데 추천할 만하다.
식당 주인과 종업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부족한 음식물을 적기에 채워넣고, 음식물 주변을 청결히 유지하고...또 손님이 음식물을 담아가기 좋게 배열하고 음식물의 온도 조절까지 신경을 쓴다. 식탁도 수시로 정돈하고 서비스에 있어 손님들에게 만족을 주려는 그 성실한 태도가 마음에 든다.
필자의 뷔페 식당에서의 식사법. 한 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음식을 접시에 조금씩 담는다. 그리곤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 그 다음엔 먹어보지 않은 다른 음식물을 가져 와 먹는다. 담아오는 음식마다 깨끗이 비운다. 먹을 만큼만 가져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일을 먹고 식혜나 수정과를 마신다. 그러면 끝이다. 음식을 적게 골고루 먹다보니 남겨 버리는 것이 없다.
뷔페 식당 벽에 있는 문구! '음식을 남기면 벌금 5,000원입니다' 흔히 보는 문구다. 그 아래 괄호에는 '결식 아동 돕기에 사용됩니다'이다. 결식 아동이 있는데 음식을 남겨서야 쓰겠냐라는 점잖은 경고다. 또 벌금을 받아 개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다음 글에는 '죽을 남기시면 벌금 10,000원입니다'(입맛에 맞혀보시고 드세요)라고 씌여 있다. 주인은 준비한 음식 범주에서 죽을 따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죽이 비싸서 그런가? 설겆이 하기에 힘들어서? 치우는데 물 소모가 많아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정답은? 주인에게 물었다. "왜 죽을 버리면 10,000원이죠?" "죽을 만드는데 수공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갑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팥죽이나 호박죽을 만드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애써 만든 죽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 매우 아깝다고 말한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는 이야기 하나를 덧붙인다. 어느 손님은 죽을 수북히 담아 세 그릇 먹고 또 한 그릇에 가득 담아 한 두 숟갈 먹고 그대로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손님이 싫다고 말한다. 그렇다. 손님이 왕이긴 하지만, 정해진 음식값 내고 맘껏 먹을 권리가 있긴 하지만 함부로 음식을 버려서는 곤란하다.
필자가 아는 교직 선배 몇 분.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을 남겨 버리지 않는다. 먹을 만치 가져오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면 처리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우리의 환경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 분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지구 환경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그 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음식물을 남겨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다.
지난 개천절, 교직에 있는 누님과 함께 그 뷔페 식당을 들렸다. 둘이 먹고 나서 빈 접시와 그릇은 여러 개 나왔지만 버리는 음식 찌꺼기는 생선 머리, 뼈 정도다. 식당 주인과 구면이라 뷔페 식당에서 제일 미운 손님이 어떤 손님인가 넌지시 물어 보았다. 혹시 음식을 많이 먹는 손님? 아니다.
먹지도 않을 음식물 많이 먹을 것처럼 가져다가 그냥 남겨 버리는 손님이다. 오늘 어느 한 가족의 예를 든다. 음식 메뉴에 조기가 있었는데 4명이 조기 20마리를 먹더란다. 손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까진 좋은데 생선 살을 잘 발라 먹지 않고 대강 한 두 점 먹고 버리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선진국민이 되는 일, 멀리 있지 않다. 뷔페 식당에서 식탐을 줄이고 먹을 만큼만 음식물을 담아가 먹는 것이다. 그러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많이 먹고 싶으면 조금씩 자주 가져다 먹는 것이다.
"너무 많은 수고와 정성이 담긴 음식입니다." 퇴식구에 붙은 문구다.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음식물 남겨 버리지 않기.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 교육을 통해 지도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