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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러시아의 교육 (4)

모스코바 공립 34번 학교에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교장실이었다.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부속실이 있었다. 교실 반 크기였는데 두 명의 직원이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행정실인 줄 알았는데 부속실이었다. 교장실은 70년이 넘은 오래된 학교지만 너무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교장실이 교실의 삼분의 이 크기였고 바닥은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교장선생님의 책상과 쇼파 등은 최신형 새 것으로 놓여 있었다. 분명 우리 때문에 새로 들어놓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 고급스러워 보였다. 교장선생님을 예우하는 차원인 것 같았다.

또 하나 감명 깊은 것은 우리가 아침에 도착해서 오후에 돌아올 때까지 두 교감선생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학교 업무도 바쁠 텐데 우리들에 대한 배려심은 한없이 깊었다.

그리고 한국인 학부모님도 6명이 참석하였는데 아침 일찍부터 참석해서 우리들을 맞이해 주었다. 한 분은 대사관에 근무하셨고 다른 한 분은 또 다른 요직에 근무하셨고 한 분은 개인사업을 하셨다. 이분들이 모스코바에서 살면서 자녀들을 34번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만족을 하셨고 우리 일행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까지 준비하셨다. 잡채를 비롯해 한국 음식이 눈에 띈 것은 이분들의 정성이 담긴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학교는 외국인들이 와서 공부를 할 수 있는데 특이한 사항은 부모가 함께 러시아에 살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 부모가 러시아에 가지 않고는 고등학교까지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모스코바에는 시민의식이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거리질서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아침에 숙소에서 걸어서 학교까지 갔는데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붉은 신호등인데도 길을 건너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 차들도 빵빵 울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푸른 신호등인데도 기회만 있으면 지나가고 있었다. 차선을 지키지 않는 차들도 많았고 곳곳에 사고난 차량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여자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젊은 여성들도 담배를 많이 피우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인사가 “담배 한 대 피우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라고 하며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면 담뱃불까지 붙여주는 것이 예우라고 하였다. 학교에서는 한 학생도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없다고 하는데 사회에 나가면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러시아에서는 한 여름밤의 추억이 그 해를 대표하는 일화가 된다고 하는데,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기간이 있다는 하는 짧은 여름의 러시아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한 여름에는 밤 11시, 12시에 해가 져서 새벽 3~4시가 되면 환해진다고 하는데 이런 아름다운 러시아의 여름을 그려보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름다운 백야현상을 보고 싶기도 하다.

러시아가 이제 소문만 듣던 멀고도 먼 나라가 아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나라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나라다. 거리 곳곳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간판이 보일 정도다.

모스코바 거리를 그들의 미적 감각도 느껴보고 그들의 탁월한 감성도 현장에서 만나보고 그들의 뛰어난 예술성도 접해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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