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수나 강연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다면 참석자들이 대체로 앞자리를 휑하니 비워두고 뒷자리부터 앉는다는 점이다. 여러 번 안내를 하고 협조를 구해도 여전히 이러한 문제점은 반복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베스트셀러 '넛지'로 잘 알려진 <캐스 R. 선스타인> 등에 의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처벌’이나 ‘규제’, ‘물질적 유인’ 없이도 부드러운 개입, ‘넛지(Nudge)’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는 남자소변기 중앙에 파리모양 스티커가 붙어있다고 한다.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줄이려는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놀랍게도 소변이 밖으로 튀어나가 주변을 어지럽히는 일의 80%나 줄었다고 한다. 남자들이 소변을 보면서 파리모양의 그림을 맞추려고 가까이 다가서서 소변을 보게 됐고, 전보다 흘리는 양을 현저히 줄인 것이다. 화장실을 깨끗이 쓰라는 경고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반발을 일으키는 경고나 금지없이, 심지어 이익을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아도 대상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넛지의 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할 것은 눈물뿐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아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자들에게 잠깐의 미소를 짓게 하지만 실행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연수나 강의 시 연수자들을 앞으로 앉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가장 흔한 방법으로 ‘앞으로 앉아 달라’라는 부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 알다시피 별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좌석에 이름표를 붙이는 방법은 어떨까? 첫 번째 방법에 비해 효과는 높지만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은 방법이다. 출석 여부 확인이 편리하고 앞에서부터 앉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의도와 달리 타율적이며 참석자를 통제하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시중에서 물건을 묶을 때 사용하는 빨간 비닐 끈으로 전체 좌석 중 중간부터 맨 뒷줄까지 테두리를 칭칭 감아서 앉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지난 번 교육청 연수 때 두 차례나 직접 경험한 방법이다). 세번째 방법은 효과는 강력하지만 매우 불쾌감과 모욕을 유발하는 방법이다). 참석자는 절대로 비닐 끈 안에 있는 자리에 앉을 수도 없지만 앉지 않더라도 결코 유쾌하지 않다. 오죽하면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열 번 양보를 해도 썩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참석자를 앞에서부터 앉혀서 연수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넛지’를 이용하면 된다. 가령 연수 책자를 앞좌석부터 참석인원수 만큼 놓아두는 것이다.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겠지만) 그러면 대부분 앞좌석부터 앉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법은 전체 좌석 중 앞부분은 불을 켜고 중간 이하부터는 형광등 불을 끄는 것이다. 연수자들은 자발적으로 유인물을 볼 수 없는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 앉으려고 앞쪽으로 이동을 하게 될 것이다. 결코 불쾌한 감정이나 모욕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부지불식간에 많은 넛지를 경험하고 있다. 냉장고의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 들리는 경고음, 현금인출기에서 카드를 빼지 않으면 돈이 나오지 않아 카드분실을 예방하는 것, 은행에서 번호대기표를 발행하여 줄을 서느라 번거롭던 일을 해결한 것, 전기절약을 유도하는 컴퓨터의 화면보호기, 대형 할인점에서 카트 사용 후 제자리에 갖다놓으면 100원짜리 동전을 되돌려 받아 카트정리를 도모하는 일, 사용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계속 도망을 다니며 숨어 기상을 유도하는 자명종시계 ‘클리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다. 교육현장에서, 그리고 교실에서 부드럽지만 강력한 많은 ‘넛지’가 기다리고 있다. 지각을 자주하는 학생, 숙제를 안 해오는 학생, 유난히 소란한 교실 등 오늘도 넛지를 필요로 하는 교육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다. 부드럽지만 강력한 넛지로 리드하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