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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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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공부하는 습관 길들이기 나름이다


주5일수업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방안으로 방과후학교와 창의경영학교 활성화,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다는 학교장의 방침이 각 반 담임선생님에게 전달됐다.

이에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사전에 보내 학부모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의 불만을 살 소지가 충분히 있었다. 아이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담임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 무엇보다 아직 신학기이기에 학생들 이름조차도 제대로 못 외운 담임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해 자율학습에 참여시킬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집단 상담이었다. 우선 성적이 비슷한 아이들 10명을 4그룹으로 나눠 상담을 실시했다. 그리고 자율 학습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난 뒤, 참여 여부를 물었다.

상담결과, 일부 아이들을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자율학습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은 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실시했다. 자율학습 자체에 반감이 있는 부모님은 없었으며 다만 늦은 귀가로 아이들의 안전이 신경 쓰여 불가피하게 자율학습을 시키지 못하겠다는 일부 학부모가 있었다. 이는 예전보다 사회가 많이 험난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율학습 첫날. 아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시작 종소리가 났음에도 자리에 앉지 않고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기도 했으며 심지어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도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2학년이기에 알아서 잘 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우선 아이들을 정숙 시켰다. 그리고 아이들 각자에게 종이 한 장을 나눠주고 난 뒤, 자율학습에 임하는 다짐의 글을 적게 했다. 예고 없이 던져진 질문에 아이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다. 그리고 잠시 뒤, 나름대로 머릿속이 정리되었는지 깨알 같은 글씨로 빈 여백을 채워나갔다. 먼저 작성한 아이들의 글을 읽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지난 날이 후회된다며 열심히 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잘 부탁한다며 애교 섞인 말을 써놓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포기했다며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를 원했다.

아이들이 쓴 다짐의 글을 모두 읽고 난 뒤,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그들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향학열만큼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공부하는 방법과 시간활용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줬다. 그제야 아이들은 말뜻을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율학습이 시작된 지 4일이 지난 지금. 처음 시작할 때의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많이 정착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 모든 것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한 담임선생님의 노력이 아닌가 싶다. 개학과 동시에 시작된 자율학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이 길들여질 때까지 선생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향학열을 불태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끝까지 지속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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