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을 개혁하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동체의 문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한 까닭에 정부차원에서 수많은 교육개혁 정책이 도입되었고, 학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책의 파급과 착근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는 학교 현장에 거듭된 변화를 요구하며, 도달해야 할 표지석이 가까워졌다 싶으면 이내 저만치 멀어져버린다. 마치 무지개를 쫓아가는 형국과 다를 바가 없다.
새로운 교육정책을 학교 현장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우리나라에 연구학교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된 지 60년이 넘었다. 1951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연구학교 제도를 통해 교육현장의 변화를 읽어볼 수 있다. 연구학교의 운영 주제는 당해 정부의 장학 정책의 무게 중심에 따라 달라졌으며, 학교 현장에 새로운 교육 사조를 몰고 왔고, 변화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기도 했다.
연구학교 제도의 초기에는 반공사상을 중심으로 한 정신교육, 과학기술 습득 중심의 생산교육 측면이 강조되었고, 1960년대부터는 새마을 운동, 향토교육 중심의 연구학교가 운영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방화와 다양화, 그리고 국민정신교육, 학교정화교육의 주제가 부각되었고, 1990년대부터는 세계화, 정보화, 다양화 측면에서 열린교육, 인터넷 활용 수업, 이동식 수업이 강조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줄곧 디지털 교과서, 학교 특성화, 맞춤형 교육 등 수요자 중심의 주제가 연구학교 운영 주제로 확산되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 교육, 창의·인성교육, 학교자율화, 교과교실제 등이 연구학교의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매년 시도교육청이 지정한 연구학교를 통해, 당해 지역의 장학방침과 정부차원의 교육개혁의 어젠더가 연구되고,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시작으로 일반화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연구 과제를 해결하느라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교육 본질적인 측면의 변화보다 시설 및 환경 구비와 보고회 운영 등에 따른 비효율성이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어 왔다.
연구학교의 공과는 학교 교육의 개혁에 대한 공과로 이해될 수 있을 만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서 연구학교의 축소 운영과 폐지에 관련된 의견이 많이 개진되고 있다.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필자가 담당해 온 연구학교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대부분의 학교의 구성원들은 연구학교 운영에 따른 자부심을 갖고 학교변화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역할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연구학교를 위해 주어지는 연구기간도 예산도 충분하지 않다. 좀더 체계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지원과 운영 기간의 확대가 필요하며, 연구학교 종료 이후에도 추수지도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연구기간 동안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실행될 수 있어야 한다.
교과부나 여러 정부기관의 요청에 의해 지정되는 경우, 연구학교 구성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자율적 연구학교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과보고회는 권역별 합동보고회를 권장하여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세미나와 토론 등과 같이 새롭게 열린 보고 형식을 찾아나가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반세기가 넘은 연구학교 제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학교 현장의 진정한 변화, 학교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에 의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교육연구기관에게는 연구학교에 대한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연구학교 구성원들은 학교 변화의 선도자라는 긍정적 자각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