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과 나침판은 어느 단어가 바른 말일까? 지금은 두 단어가 모두 표준어다. 사전을 찾아보면
‘나침반(羅針盤)’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계기. 자침(磁針)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이용하여 만든다.- 강 대위는 작전 지도를 펼쳐 들고 그 위에 나침반을 놓아 방위를 정치시킨 뒤, 지휘봉으로 등고선을 짚어 보였다(이원규, ‘훈장과 굴레’).
-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그것도 어둠 속에서 잠시 불을 비춰 지도와 나침반을 보는 것으로 그는 마치 아는 길을 가듯 부대원들을 목적지로 인솔했다(이문열, ‘영웅시대’).
‘나침판’
나침반.- 나침판조차 없이 줄곧 산으로만 이동해 온 그들은, 현재의 위치가 어디쯤 되는지도 전혀 몰랐다(홍성원, ‘육이오’).
한자어로 보나, 의미로 보나 ‘나침반’이 표준어처럼 보이지만 현재는 국어사전에 모두 나와 있다. 복수 표준어는 표준어 목록을 추가할 때 사실상 동의어 의미로 사용했으니 나침반과 나침판은 복수 표준어이며 동의어다.
나침판의 ‘-판’은 한자어 표기를 하지 않아 정확한 의미 파악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접근해 볼 수 있는 것은 한자어 ‘판(板)’이다.
‘판(板)’
1. 널빤지.
2. 반반한 표면을 사용하는 기구. 바둑판, 장기판 따위가 있다.
여기서 의미를 추론해 볼 때, 첫째 ‘널빤지’는 형태로 보나 의미로 보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두 번째는 의미가 통한다. 반반한 표면을 사용하는 기구라고 했으나, 현재의 나침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혼자 추측일 뿐이지 어원은 알 수가 없다.
나침반은 사전적 의미로도 쓰지만, 일상 언어생활에서 함축적 의미로도 많이 쓴다.
○ 이근우 동양증권 가치경영센터장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공통의 가치체계가 필요하다”며 “로벌 금융투자회사 도약이라는 비전과 핵심가치가 기업문화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매일경제, 2012.04.09.).
○ “내 안에 정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있다면 바람과 파도가 몰아닥쳐 바다를 헤매느라 시간은 더뎌지더라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매일경제, 2012.04.05.).
○ 아들에게 건네주는 인생의 나침반(세계일보, 2012.04.06.)
위 예문에 쓰인 ‘나침반’은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계기가 아니다. 이는 모두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이나 목표라는 의미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헤쳐 나갈 때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마음속에 목표의 나침반이라도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 나침반이 있다면 목표를 향해서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 마음속에 나침반은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