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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18)

4월의 시작이 엊그제인 것 같은데 보름도 훌쩍 넘었다. 세월이 유수라고 했던가. 왜 그렇게 빨리 달려가는가.  잡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고 60대는 60키로, 70대는 70키로 속도로 달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귀중한 시간을 잘 선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훌륭하신 분들의 글을 대할 때마다 느낌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늙어지는 탓일까? 아직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교육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 없고 나를 비롯하여 선생님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도, 도움이 못되어도 한번쯤 읽고 지나가는 정도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다행으로 여기고 싶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를 자랑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있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신의 것이 10정도인데도 자랑하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것은 100으로 과장되게 알리고 싶어 한다. 특출하지 않으면서도, 특히 자랑할 만한 것이 없으면서도, 허점투성이인데도 자신을 포장하고 자신을 선전하고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한다. 그것이 정말 아닌데도 말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앞에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 것을 은근히 선전하려고 애를 쓴다. 자기 자신부터 시작하여 자기 가족, 자기 집, 자기 차, 자기 학력, 자기 능력, 자기 스펙, 자기 재물, 자기 능력 할 것 없이 모든 것 다 자랑한다. 지나고 보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도 말인데. 학생들은 아무리 선생님들이 자랑해도 그것을 인정해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크게 부러워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자기를 감추려고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다. 자랑은 쓸데없는 것, 선전은 도움이 안 되는 것, 홍보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고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자랑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 자랑해놓고 보면 자기보다 훨씬 더 유능한 선생님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는가? 자신을 드러내놓고 보면 부끄러운 것뿐인 것을 나중에는 깨닫게 되지 않는가?

사마천 사기(史記)에는 “똑똑한 상인은 좋은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똑똑하지 않은 상인은 좋은 물건 다 내놓는다. 다 내놓으면 더 이상 살 것이 없으면 상인의 물건을 쳐다보지도 않고 떠나간다. 하지만 좋은 물건을 감추어둔 것을 알면 더 좋은 물건 없느냐고 하면서 졸라대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이게 똑똑한 상인의 상술이라 생각된다.

똑똑한 선생님일수록 자신의 것을 감추어둘 줄 안다. 다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 선생님은 과연 어떤 선생님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하고 상상해 보기도 하고 선생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랑하는 마음 버려야 할 것 같다. 특히 자기의 가진 것을 자랑하는 것은 금물이다. 따지고 보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인데도 그것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을 내면 안 된다. 그런 선생님은 지혜롭지 못한 선생님이라 할 수 있다. 자랑의 출발은 허영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허영심은 선생님을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자가 공자에게 충고한 말이 있다. “진짜 훌륭한 상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꼭꼭꼭 감추고 남에게 안 보여준다고 들었고, 진짜 훌륭한 인격과 학식을 가진 지식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어수룩한 사람처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소”

남에게 자랑해서 자신을 높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진가를 감추는 것이 더욱 값진 것이라 생각된다. 훌륭한 인격과 학식을 가진 우리 선생님들께서는 노자의 말씀을 한번 되새겨보면서 남들이 볼 때 어리석게 보이고 미련해 보인다 할지라도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잘 감당하게 되면 감추인 보배처럼 더욱 값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똑똑한 상인은 깊이 감추어 마치 없는 것처럼 한다.”는 말씀이 새롭게 들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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