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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언어문화개선, 가정이 출발점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부모님으로부터 바라는 것을 조사해 보니‘잔소리하지 않기’,‘핀잔주지 않기’,‘잘못한 점 너그럽게 용서해주기’와 같이 주로 대화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고, 자녀들로부터 부모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녀의 1등 성적표’였다고 한다. 이렇듯 자녀와 부모 간에 기대하는 바가 어긋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녀들이 해맑은 웃음 속에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살길 원하지만, ‘언어폭력=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등식은 5월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최근 한국교총과 교과부에서는‘학교폭력, 언어문화 개선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로 발대식과 워크숍을 가지고 학교의 언어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교육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필요성과 방향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하며, 학교폭력 문제를 사회전반에 걸친 언어문화의 개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그 출발점은 가정에서의 대화 회복이 되어야 하며, 특히 삐뚤어진 자녀들의 말투를 바로잡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야, 이거 치워!”
“남이야 치우든 말든…”
“이게 콱, 한 대 맞을래, 두 대 맞을래?”
“뭐? 네가 뭔데 난리야”
“됐거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흔히 듣게 되는 이러한 말투를 들을 때마다 그러한 언어 입력에 대한 책무성에서 가정과 학교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가정은 결정적 시기에 자녀의 말투가 형성되는 기초 공간이 되며, 학교는 또래 활동과 문화를 통해 상호작용의 언어를 습득하는 공간이다.

각 가정마다 사용빈도가 높은 언어 목록이 있다. 그리고 주로 등장하는 말투에 따라 가정의 언어문화가 결정되어진다. 담임학급을 지도하던 때에, 필자는 학생들과 함께 그들이 하루 동안 사용한 대화 목록을 적어보게 하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대화의 목록을 살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의 통로가 되기보다 다툼과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필자는 문제를 일으킨 대화글을 재구성하여 역할극으로 연출하고, 대안적인 대화법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때 생각깊은 어린 제자가 던진 말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 차라리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면 그런 다툼은 없지 않을까요?”

상호 이해와 존중의 도구가 되어야 할 언어가 분쟁의 도구가 되고 있음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때이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기본 목적은 이해와 필요의 충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서로간의 존중이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대화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술을 갖추는데 무관심하다. 우리는 통제되지 못한 감정 표출과 상대방 제압의 도구로 언어가 폭력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말투에 심각하게 습관들여져 있다.

부모나 교사가 사용하는 말투는 그것이 좋거나 나쁘거나 기억이 유지되는 한 아이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영향력을 발휘한다. 링컨을 위대한 지도자로 만든 힘도 히틀러를 세기의 전쟁광으로 전락하게 만든 것도 그 바탕에는 그들의 인격을 조성한 특유의 말투가 있었다.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

링컨에게는 그의 인격을 빚어주기 위한 사랑이 대화의 상대자로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자녀의 언어가 건설적인가 아니면 파괴적인가에 따라 인간관계 기술이 달리 형성되어 진다. 자녀의 대화를 주의 깊게 모니터해 보면, 대화 속에 담긴 생각을 읽을 수 있으며,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언어는 시와 사랑을 읊어내는 평화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온갖 악한 말과 나쁜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대화의 고삐를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의 말(言)이 결국 통제하기 어려운 야생의 말(馬)이 되지 않게 하려면 먼저 입의 말을 통제하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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