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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46)

커텐을 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교 전경은 어둠에 깔려 멀리 있는 불빛만 보였다. 학교 주변의 나무들만 단비를 즐기고 있었다. 중국 당대의 정치가 허경종은 봄비가 기름처럼 소중하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비는 봄비는 아니지만 기름처럼 소중한 비다. 농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비다.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초여름비가 내려주니 기름보다 더 값비싸다 싶다.

우리 선생님은 비와 같다. 애타게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의 상담을 기다리는 학부모님도 많다. 선생님은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듯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에게 단비를 내려주신다. 시원하게 답을 주신다. 학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신다.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 진로를 제시해 주신다.

물은 생명이다. 물이 없으면 만물이 다 죽는다. 생물이 다 죽는다. 사람도 죽고 짐승도 죽고 식물도 죽는다. 물이 그만큼 귀하다. 그러니 물이 기름보다 더 귀하다. 선생님은 물과 같다.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깊은 밤에도 교실에서 불을 밝히고 차랑차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목소리는 학생들을 살리는 외침이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을 공급받는다. 학생들의 기초를 다져주기 위해 밤을 모른다. 가정을 모른다. 자신을 모른다.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열정을 쏟는다. 선생님의 모습이 이런 것이다.

가정의 남편도, 가정의 자녀도, 가정의 부모님도 다 잊는다. 그 순간은 오직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물과 같이 유익한 지식을 제공한다.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를 내려준다. 학생들은 피곤한 줄 모르고 귀를 세우고 말씀에 집중한다. 거기에서 기쁨을 얻는다. 깨달음에 만족을 느낀다.

교무실에서는 주말에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연구도 한창이다. 선생님께 보약값을 별도로 지급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선생님은 한 시간 가르치기 위해 몇 시간 책과 씨름하는지 모른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도 않는데 선생님들은 시력이 나빠지는 것 아랑곳하지 않고 책에 집중한다.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자랑스러운 분이다.

선생님은 하늘과 같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보면 “하늘은 녹 없는 사람을 내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늘은 쓸모 있는 사람을 만든다.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낸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인재로 만든다. 나라에 유익을 주는 인재로 키운다.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 인재를 양성한다. 선생님은 미래의 인재를 길러낸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선생님을 우러러 본다.

선생님은 땅과 같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이어서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고 하였다. 땅에 자라는 풀은 다 이름이 있다. 우리가 모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잡초도 다 이름값 한다. 사람들에게 유익을 준다. 신선함을 준다. 희망을 준다. 용기를 준다.

선생님은 다 이름 있는 사람을 길러낸다. 이름이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람을 말한다. 훌륭한 사람을 말한다. 악명 높은 사람 만들지 않는다. 악을 행하는 그런 사람 만들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 만들지 않는다. 선을 베푸는 좋은 사람을 키운다. 깃발이 휘날리듯 이름이 휘날리도록 유명한 사람을 기른다. 많은 사람을 살리는 그런 인재를 키운다.

땅은 언제나 온기가 있다. 식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언제나 가슴에 품는다. 정을 쏟는다. 땅이 온기가 없고 정이 없으면 식물은 잘 자랄 수가 없다. 우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따뜻한 온기가 있다. 정이 넘친다. 언제나 학생들을 가슴에 품는다. 선생님의 정이 군색하면 학생들은 멀어진다. 가까이 하지 않는다. 학생다운 학생으로 성장할 수 없다. 우리 선생님은 언제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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