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텐을 열었다. 아주 칠흑이다. 창문을 열었다. 그래도 바람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창문을 여는 이에게 줄 선물을 밤새도록 준비를 해 두었다. 창문을 여는 이에게만 주기 위한 귀한 선물이다. 선물을 받기 위해 문을 연 것도 아닌데 선물은 꼭 준다. 문을 열었다고 하면서 챙겨준다. 기특하게 여긴다. 감사하게 받는다. 은혜를 생각한다. 그저 주는 선물이라고 값없이 여기지 않는다. 필요할 때 주는 귀한 선물이라 감사의 깊이가 더해진다.
밤새 더위로 인해 깊이 있는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그것을 알고 미리 밤새도록 준비해준다. 정말 고맙다. 우리 학생들도 선생님들의 이러한 준비와 귀중한 선물을 주기를 원하고 있음을 알고나 있을까? 선생님은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읽는다. 무엇이 필요한지 다 안다. 그것을 채워주기 위해 늘 준비한다. 날이 밝기 전부터 준비한다. 이걸 우리 학생들은 알고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명수 시인의 ‘하급반 아이들’이란 시를 읽었다. 제목부터 교육에 관한 것이라 관심이 더 갔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나는 물끄러미 그 소리를 듣고 있다/ 한 아이가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딴 아이도 따라서 책을 읽는다/ 청아한 목소리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아니다 아니다!’하고 읽으니/ ‘아니다 아니다!’따라서 읽는다/ ‘그렇다 그렇다!’하고 읽으니/ ‘그렇다 그렇다!’따라서 읽는다/ 외우기도 좋아라 하급반 교과서/ 활자도 커다랗고 읽기에도 좋아라/ 목소리도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 아이가 읽는 대로 따라 읽는다/ 이 봄날 쓸쓸한 우리들의 책 읽기여/ 우리나라 아이들의 목청들이여”
‘하급반 아이들’이 아니라 ‘모범반 아이들’의 수업모습이다. 아이들이 큰 소리로 책을 읽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모범반 학급일수록 볼 수가 있다. ‘상급반 아이들’은 큰 소리로 책을 읽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목소리는 작아진다. 바람직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우리 선생님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큰 소리로 책을 읽는 모습에서 선생님들은 희망을 찾는다. 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준비를 한다. 무엇을 선물할까? 무엇을 채워줄까? 아이들은 잠을 잘 때도 선생님은 고민하며 고심한다. 이게 우리 선생님들이다.
어릴 때부터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키워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끄는 아이가 있고 따르는 아이가 있다. 이끄는 아이가 되도록 돌려가면서 먼저 읽는 아이로 내세운다. 선생님들의 제자 사랑은 남다르다. 모두가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고, 나라를, 미래를,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동량을 어릴 때부터 키운다. 아이들은 이렇게 해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고 있다.
어릴수록 이끄는 아이의 말을 따르는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 한 아이가 소리 내어 읽으면 모든 아이들이 다 함께 합창한다. 예외가 없다.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이 리더십과 펠로우십을 함께 키워가기를 바라고 있다.
학생들의 청아한 소리, 꾸밈없는 목소리는 더욱 듣는 이로 하여금 감미롭게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에서 더욱 아름다워지고 있다. 거짓 없고 허물 없고 사심 없는 아이들로 잘 자라나기를 선생님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하면 아이들은 ‘아니다 아니다’ 하고 그대로 따라한다. ‘그렇다 그렇다’ 하면 ‘그렇다 그렇다’ 한다. 어린 아이일수록 따라하기를 좋아한다. 있는 그대로 따라한다. 그러기에 가르치는 우리 선생님들은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따라하고 본받고 있음을 알기에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고 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도 책을 읽고 중요한 것 메모하고 정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다. 선생님은 연세가 많아질수록 큰 활자로 된 책을 읽기를 좋아한다. 어린애가 되어가고 있다.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순수한 마음, 책 읽는 마음, 따라하는 마음, 맑고 깨끗한 마음, 하나가 되는 마음, 타오르는 열정은 어린애만이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