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4 (목)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강진만 밤바다 연가

장마가 잠깐 소강상태에 들어간 칠월 첫날, 호수처럼 잔잔한 강진만 하늘의 검은 구름장 사이로 노을이 짙어온다. 마침 물때는 밀물이라 창선을 사이에 둔 지족해협의 죽방 해안길은 금세 물이 차오를 것 같다. 손 내밀면 잡힐 것 같은 농가섬과 장고섬은 흐르는 금물결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은 졸음에 빠져들고 있다. 아! 누가 이 광경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까? 강진만을 낀 죽방 해안길의 비경도 시간을 잘 맞추어야 그 참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간혹 남해를 방문하는 지인들은 남해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스쳐가며 보는 풍경을 보고 그저 던지는 감탄사가 아닌가 한다. 정말 남해의 참 아름다움을 알려면 강진만을 끼는 해안길을 조망해야 한다.

남해는 섬이지만 지도를 보면 강진만, 앵강만, 동대만의 큰 만이 있다. 만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에 의해 둘러싸여 있거나 경계 지워지며 형성된 해역 또는 호역(湖域)이라 한다. 하지만, 남해에 터를 내리고 사는 사람에게 만은 삶의 터전으로 생각되었지 아름다움을 관망하는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생활에 묻혀 있다 갑갑하면 잠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상상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바람결에 서걱거리는 풀잎 소리와 갈매기 소리, 그리고 한 줌의 바람이 이마에 내려진 머리카락을 스치는 속삭임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다 마음이 차지 않을 때는 강진만을 낀 해안길을 달린다. 그러면 금세 마음이 산뜻해지고 머릿속도 맑아진다. 특히 만조가 된 시점에 창선대교부터 시작되는 죽방 해안길은 연인들에게는 행복한 약속을 세상일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을 더해주는 묘약을 준다. 또한 강진만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은 빠름보다는 느림과 사색의 미학을 안겨준다.

강진만의 사계는 어떤 모습일까? 늦은 봄밤이면 해풍과 함께 스며오는 아카시아 꽃 향기가 코끝을 훔치게 하고 모내기가 끝난 여름밤이면 찰박거리는 파도와 개구리 소리의 하모니가 마음을 움켜쥔다. 그리고 시월말의 청아한 밤에는 주먹 만한 별들이 풀벌레의 노랫소리로 카랑카랑하게 반짝이고 찬 북서풍이 부는 겨울이면 검푸른 싱싱함을 너울로 쏟아낸다. 이런 모습을 간직한 강진만의 밤바다를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이다.

요즘 여수세계박람회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란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노래를 듣고 여수밤바다를 일부러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수밤바다보다 더 고즈넉하고 조용한 삶의 일상이 은하수로 흐르는 곳이 강진만 밤바다가 아닐까 한다.

늦은 저녁 시간 장고섬 앞 해안길에서 서쪽을 보면 운무를 눌러쓴 망운산 정상이 솟아있고 조금 더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노을에 물든 광두와 초양, 설천해안까지 들어온다. 그리고 물결 같은 시간이 흘러 어둠이 더 짙어 오면 그리움의 사연은 불빛이 되어 밤 배처럼 미끄러져 바닷물에 반짝인다.

‘오시다. 그리움의 실타래, 버거움의 짐들을 벗으려면 강진만 밤바다를 보러 오시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아름다움에 묻힌 죽방해안, 강진만해안, 선소해안길이 보듬어 줄 것입니다.’

강진만! 낮에도 좋지만, 어둠 속에 별빛으로 가득 일렁이는 밀물 때 둘러보면 그 진가가 보석으로 발한다. 붉은 노을이 사그라지는 강진만 밤바다를 보며 다시 한번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한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쓴 고 장영희 교수는 희망은 우리가 삶에서 공짜로 누리는 제일 멋진 축복이라 하였다.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강진만의 밤바다가 어머니의 품 희망의 산실이 아닐까?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