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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마음가짐 (78)

오늘은 가을을 알리는 처서다. 가는 비가 내리고 있어 그런지 몰라도 더위는 한풀 꺾였다. 위세를 떨치던 더위도 때가 되면 물러갈 줄 안다. 이제 선생님들은 가르치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학생들이 공부하기가 훨씬 좋아졌다. 좋은 계절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가르치고 배우는 선생님, 학생들이 되면 좋겠다.

공자의 제자 중 자랑할 만큼 뛰어난 제자가 하나 있다. 그분이 바로 자공이다. 논어 학이편 15장을 보면 자공이 얼마나 부유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나중에 부유하게 되어 스승인 공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정도였다. 자공은 자신이 가난할 때도 떳떳했고 부유할 때도 교만하지 않았다.

자공에게서 배울 점은 우선 아첨하지 않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면 배를 채우기 위해 아첨하기 쉽다. 그러나 자공은 그러하지 않았다. 이게 배울 점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라도 굴하지 않고 아첨하지 않는 자세는 정말 빛나 보인다.

또 하나 배울 점은 교만하지 않는 점이다. 자공이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한 위치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았다. 돈 좀 있다고 뽐내고 자랑하고 사치하고 남을 낮게 보고 자신이 최고인 양 교만하면 넘어지고 만다. 자공은 부유할 때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더욱 겸손했다. 감사하며 살았다. 남을 높일 줄 알았다. 이런 자세도 배울 만하다.

또 하나 배울 점은 많이 가지고 있을 때 자기만을 위해서 살려고 하지 않았다. 사랑의 손길을 베풀었다. 특히 자기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에게 은혜를 갚았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왔다. 자기가 어려울 때를 생각하면서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눈을 돌릴 줄 아는 자공이었다. 이러한 점이 배울 만하다.

우리 선생님들은 물질면에서는 넉넉하지 못해도 지식에 대해서는 부유하다. 전문적 지식에는 부유하다. 선생님이 가진 것 나누어 줄 줄 아는 선생님, 자랑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더 많은 것을 배워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는 선생님이 되면 학생들은 그럴 수 없이 좋아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배울 점은 스승인 공자께서 자공에게 더욱 독려하는 것이다. 자공도 역시 사람인지라 자기도 모르게 스승인 공자께서 알아주기를 바랐다. 그럴 때 주마가편(走馬加鞭)식으로 더욱 분발하도록 하였다.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셨다.

자공이 하루는 스승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난하여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여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떠합니까?” 이 질문 속에는 ‘선생님,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 나를 좀 알아주십시오.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인품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는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하는 욕망이 마음속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공자께서는 자공이 질문을 했을 때 칭찬하지 않고 오히려 분발하도록 하셨다. “좋은 말이나, 가난하여도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이만 못하느니라”고 하셨다. 가난할 때 아첨하지 않고 부유할 때 겸손한 건 좋은데 가난하여도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 예를 좋아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가르친 것이다.

가난할 때 즐거워하기란 어렵다. 부유할 때 예를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이런 어려운 일까지 해낼 줄 아는 완벽한 인품의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라고 하신 것이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족하고 즐거워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고, 부유해도 겸손해할 뿐만 아니라 예를 갖춘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나음을 가르쳤다.

아첨도 모르고 교만도 모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행복을 찾으며 여유가 있을 때에도 윗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예의바른 사람이 되도록 공자께서 가르치셨다. 공자께서 옥석을 만들 때나 뼈나 뿔로 작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정성을 인성교육에서도 보이라는 말씀이 보석과 같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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