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까지 수원박물관 특별전시장 열려
수원시민이라면,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만나야 할 분이 있다. 누구? 바로 사운 이종학(1927-2002)이다. 이 분을 만나면 역사관, 애국심이 저절로 생긴다. 애국자가 되고 만다. 그러니 이 분을 꼭 만나야 한다.
지난 추석 연휴, 자취하고 있는 딸, 군대간 아들이 모였다. 네 식구가 오랜만에 모인 것이다. 추석날 마음을 먹고 수원박물관을 찾았다. 왜? 지난 8월14일 개막돼 오는 10월14일까지 수원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사운 이종학,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을 보기 위해서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보인다. 박덕화 관장님께서 특별히 안내를 해 주신다. 연구사는 아니지만 어깨 너머로 배웠다는데 사실을 바탕으로한 안내가 정확하다. 맨 마지막에는 독도 사진에 우리 가족의 개인 다짐을 담아 기록을 남겼다.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우리 땅을 제대로 지킬 수 있습니다."(고려대 2학년 딸)
"동해를 조선해로 다시 찾는 일이 독도를 찾는 첫걸음!"(아내)
"이종학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나라지키기에 앞장 서겠습니다."(필자)
이 특별전을 관람하기 전까지 이종학 선생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수원출신의 서지학자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기록이 달인이다. 전시된 물품 '수집 정리 친필 원고'를 보았다. 잉크 펜글씨로 일기 형식으로 남긴 자료가 견본으로 두 권 전시되었는데 아마도 이것이 수 백권은 될 것이다.
책을 사서 모으던 중 1970년대초 서인달로부터 충무공에 대한 책을 물려받는다. 그 때부터 충무공은 그의 인생 멘토가 된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을 신앙처럼 받들어 난중일기를 100여 차례 읽고 거북선의 머리 부분이 몸체로 들어가게 된 것을 밝혀내고 백의종군 길을 그대로 답사하고…. 역사와 나라지키기의 마음이 여기서 싹이 텄던 것이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그는 일본을 수 십 차례 방문하여 그들이 만든 공문서, 지도 등을 통해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한일합방도 강제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료(史料)를 찾아내 한일합방 자체가 원천무효임을 밝혀낸다. 일본 지역의 공무원을 만나 항복까지 받아내니 그 애국심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일제가 만들어낸 '수원성'을 수원 '화성'으로 바로 잡는데 앞장 선다. 법원에 냈던 수원성 축성 2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도 여기 있다. 용어부터 바로 잡고 '화성' 관련 사료를 정리한 결과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681년 문무왕, 죽어서도 왜구의 침입을 막아 나라를 지키겠다고 동해 수중능에 계시다. 그로부터 1300년 뒤 이종학 선생이 문무왕의 뒤를 이었다. 2003년 울릉도 독도 박물관에 '한 줌 재가 되어도 독도 지킬 터'라는 그의 좌우명을 실천한 것이다.
사운의 훌륭한 점 하나 더. 그는 ‘자료는 꼭 필요한 곳에 보관해 연구에 활용케 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평생 수집한 자료를 독도박물관, 독립기념관, 현충사 등에 관련 자료를 기증했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수원시에 2만여점의 유물과 자료를 기증하여 현재 수원박물관 ‘사운 이종학 사료관’에서 상설전시 및 보관되고 있다.
史芸 이종학, 그는 위대한 인물이다. 서지학자가 아닌 역사학자요 애국자다. 그러나 그는 그의 호 사운에 만족했다고 한다. 호 그대로 역사 김매기로 잘못된 역사, 왜곡된 역사의 잡초를 뽑아내는데 한 평생을 바쳤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 사운 이종학 같은 분이 몇 분만 더 계셨어도 일본의 망언과 중국의 동북공정은 발 붙일 곳이 없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