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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환웅이 서자인 까닭은?

아무리 넓은 바다라 할지라도 그 물의 원천이 있듯이 반만년이 넘는다는 우리의 역사도 시작이 있다. 금년 10월 3일은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신, 단기 4345년 개천절이다. 어느 민족이든지 태고의 사실은 신화로부터 시작된다. 역사가 깊은 나라일수록 그 시작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신화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강화 마니산에서 열린 개천대제를 비롯해 개천절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으니 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스님 일연이 쓴 삼국유사의 기록을 토대로 우리의 뿌리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다. 개천절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런지!

환웅은 늘 지상에 내려가 천하를 다스려보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인 하느님께서 그 아들의 뜻을 헤아리시고 그 땅을 찾던 중에 태백산을 내려다 보니 그곳은 가히 인간들로 하여금 널리 이롭게 해줄 만한 곳이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인 환웅에게 도장 세 개를 주시니 환웅은 이를 받아 부하 3천명을 거느리고 신단수에 내려와 기업을 정했다. 환웅천왕께서는 바람(풍백)과 구름(운사)과 비(우사)를 거느리고 내려와 곡식과 수명과 질병과 형벌과 선악을 주관하고 모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이때 태백산에 살고 있던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를 원하매 시험을 거쳐 곰만이 인간이 되고 환웅은 그를 아내로 맞아 한 아들을 낳으니 그가 곧 단군이다. 단군은 1천 5백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시다가 아사달로 들어가 1,908세가 되던 해에 산신이 되어 승천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이러한 건국 설화를 읽는다면 몇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우선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환웅 천왕께서는 왜 굳이 하느님의 서자였을까 하는 점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 해석이 각기 다르겠지만은 우리 국조께서 굳이 하느님의 서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 모두가 그 출신에 있어서 높고 낮음이 없는 것이오 모두가 평등하며 또 서로를 차별하지 말고 지극히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고 싶다. 단군 성조의 어머니가 굳이 호랑이가 아니고 곰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국민성을 의미해주는 것으로 중학교 다닐 때 조윤제 선생께서 '은근과 끈기'가 우리 민족의 특질이라고 가르쳐주던 생각이 난다.

인생을 얄팍하게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때로는 우직하면서도 참으며 끝내는 뜻한 바를 이룩하는 그 정신이야 말로 어려운 역경을 이기면서도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을 이렇게 살아남게 한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건국 정신은 뭐니뭐니해도 모든 인간들로 하여금 고루 이롭게 해준다는 홍인인간에 있다는 것이야 더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를 바라보면 우리의 건국 정신이 홍익인간이라는 것은 과연 실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성스러운 개천절을 맞이해서 뭐 그리 거창하게 건국 이념을 환기시킬 것까지는 없다. 오늘 이 시간에도 값비싼 외제 골프채를 들고 나가고, 해외여행을 가려고 서둘러대는 부유층의 기름진 생활은 과연 누구의 덕분이며, 침침한 공장에서 엊저녁 야근을 마치고 아직도 잠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저임금 노동자는 과연 누구를 위한 아픔이었던가를 생각해 볼 수만 있다면 해마다 한번씩 형식삼아 넘어가는 개천절 행사의 공담 보다 몇 백배 더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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