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부터 2004년 3월까지 대한민국 국민을 울고 웃게 하고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했던 대장금은 천민의 신분으로 궁에 궁녀로 들어가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끝내 숱한 남자 의관들을 제치고 중종임금의 주치의가 되었다. 의술과 높은 학식으로 엄격했던 당시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전문직 여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의 삶은 극적인 인생 드라마 바로 그 자체이다.
시청률 40퍼센트를 넘으며 전 국민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던 인간 승리 드라마 허준은 어떠한가? 허준은 평안도 용천군수의 서자로 태어난 비천한 태생이다. 그는 아버지가 양반이지만, 천민인 어머니로 인해 과거에 응시 자격도 갖지 못한 반쪽 자리 양반에서 내의원 의과에 수석으로 합격한 역사적 인물이다.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드라마 김탁구 또한 현대판 대장금 허준이 아닐까 한다. 자신을 모함하는 사람 그리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제빵사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나이의 모습을 우리는 제빵 왕 김탁구라는 드라마를 통해 보았다.
앞의 세 드라마는 모두 높은 시청률을 올린 드라마라는 공통점 외에도 드라마 속에는 모두 꿈이 들어있다.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 이루고 싶은 꿈을 마음속에 가지고 노력하는 자들이었다. 대장금은 요리와 의술이라는 꿈을 그리고 허준은 의술을 김탁구는 제빵사라는 꿈을 향해 노력했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자는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할 뿐 아이라 그를 보는 이들까지도 행복하게 하고 감동을 주는 마력을 지녔다. 그래서 꿈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 꿈을 주제로 한 영화도 실패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드라마속의 공통점 아니 세상 모든 위인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위인들이 그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길을 열어준 스승이 있다는 점이다. 대장금 에게는 한상궁, 허준 에게는 유의태, 김탁구 에게는 팔봉선생 그리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험하며 진화론에 대한 결정적 확신을 얻게 된 다윈에게도 그가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험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그를 격려한 스승 헨슬로가 있었다.
스승없이 탄생된 위인은 없다. 위인은 그냥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가르침과 도움으로 희생으로 성장하고 탄생되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하지만 그 위인들의 전기에 그들 스승의 이야기는 단 한 줄의 이름으로 정리되고 기록되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스승으로 산다는 것은 그렇게 가려지는 삶이다. 보여 지지 않는 삶이다. 42.195 킬로미터 완주를 꿈꾸는 마라토너와 함께 똑같은 강도로 훈련하며 실제 경기에 참여하지만 경기결과에 대한 모든 영광은 완주자에게 넘겨주는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의 삶이 바로 교사의 삶이다.
그렇게 교사에게는 교사 자신의 이름이 없다. 단지 내 노력이 만들어 낸 제자의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교사의 노력 없이 이 땅위에 새로움은 그리고 진보는 발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바로 그 진보적 역사 발전의 그 시작에 교사인 내가 있음만으로도 오늘도 열심히 교사로서 내 갈 길을 부지런히 만들어 가야만 하는 자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신문지상에서 그리고 교실 현장에서 학부형의 교사 폭행, 학생의 교사 폭행 그리고 여기저기서 교실붕괴를 보여주는 현실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가득한 지금이기에 더욱더 무명교사 예찬으로 교사 자신의 에너지를 모아야할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