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텃밭 한쪽에 상추 씨앗을 뿌리려다 그만 잔꾀를 부렸다 널브러진 고구마 줄기 사이 뾰족이 돋은 상추 싹 지난여름 저절로 떨어진 씨앗이다 아무도 손길 주지 않은 탓에 잎사귀 곳곳 반점이 생기고 병든 줄기가 맘에 걸렸지만 조심조심 이랑으로 옮겨 심었다 자주 물도 뿌려주고 넉넉하게 거름도 주면서 시든 잎이야 따내면 설마 괜찮으리라 믿었는데 새로 돋아나는 잎사귀에 검은 반점 지워지지 않는다 줄기도 누렇게 시들어간다 기다리는 시간을 잘라버린 얄팍한 잔꾀에 내가 걸렸다
새로운 씨앗을 뿌리려는 계획을 안고 텃밭에 나섰다가 슬그머니 게으름이란 나의 본성 돋아나 저절로 떨어져 자란 상추싹 옮겨심어 정성들여 길렀건만 새론 돋아난 잎사귀의 검은 반점때문인지 줄기조차도 누렇게 시들어간다.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다가오는 성공이 있다. 심혈을 다해 기울인 노력뒤에도 찾아오는 실패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공만을 더 반긴다. 성공만을 기억해주고 성공만을 인정해주며 성공만을 요구한다.
그 칭찬이 그 인정이 주는 달콤함에 젖어 언제부턴가 쉬운 성공에 만족해하며 안주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쉽게 다가온 성공에 안도하며 쉬운 성공을 더 많이 간절히 기원하기도 한다.
쉬운 성공에 익숙해지며 그 안에 날 안주해 가는 건 내 안에 남이 모르는 검은 반점을 키워가는 일이라고 내 안에 색 바랜 노란 줄기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쉽게 다가온 성공은 유한한 성공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물론 능력이 매우 뛰어나 단 한 번에 남들이 쉽게 이루지 못한 성공을 이루는 우수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한 실패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얻은 이러저러한 다양한 경험들은, 내가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또 다른 나침반이 되어준다. 노력의 과정에서 얻어가는 과정적 이해야 말로 나를 새롭게 성장시키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되어준다.
최선을 다한 실패라는 결과에 멋지게 이루어낸 성공보다 더 큰 박수를 더 큰 칭찬을 더 큰 기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꿈꾼다.
최선을 다한 실패를 나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는 쉽게 다가온 성공을 행여라도 기대하지 않는 나의 용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