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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적극적인 문해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초등학교에 늦깎이 만학도로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니 당연히 입학은 가능하지만 이들의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매일 학교를 가야하는 부담감뿐 아니라 손자 벌 되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활동도 생각만큼 몸이 잘 따르지 않이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그만두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 모두에게는 남모를 큰 상처를 갖고 있다. 가정이 어려워서, 전쟁이로 인하여, 혹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웠던 것이다. 서울의 한 할머니(65)는 전북 정읍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홉 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오빠, 언니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던 할머니는 가난한 살림 탓에 자기 이름 석 자 쓰는 법을 배울 기회도 얻지 못했다. 그런 할머니가 지난 7일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이 할머니는 "글 읽을 일이 있을 때면 눈이 어두워 잘 안 보인다고 얘기했다. 그러고 나면 참 많이 속상하고 창피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헌법에 기술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반값 대학 등록금을 얘기하고 있지만 고등교육보다 기초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문해교육에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늦었지만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의무교육을 이젠 국가가 책임지야 하는 것이다. 비록 기회는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국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작년부터 각 지역교육지원청마다 ‘문해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앞의 사례처럼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배려차원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필자가 문해교육 심의위원으로 2년간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이 많다는 거다. 성남시청이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100만 성남지역의 문해교육 대상자는 3만6천 명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문해교육은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2개 학교에 100명 정도이다. 그 중 이번에 3단계 과정을 이수하여 '초등 학력 인정'을 받아 영광의 초등학력 졸업장을 받는 어르신이 4명이다. 정말 축하하고 싶다. 이들에게 졸업장은 대학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주경야독으로 200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고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셈할 수 있어 삶에 새로운 희망과 자부심을 갖게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며 피란살이와 가난 탓에 글을 배우지 못한 노인들이다. 못 배운 것에 대한 차별과 고통, 그 설음을 이제야 떨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정부나 교과부는 너무 무관심했다. 모두가 방관하는 사이에 숱한 무시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2011년부터 운영해 온 초등 학력 인정 문해교육은 성실히 교육에 임할 경우 빠르면 1년 안에 초등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3단계, 3년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나 단계별 평가를 통과하면 바로 승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이 진정한 선진교육으로 가려면 세계최고의 대학 진학률이 아니라 그늘진 교육에 새로운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앞에서 논의 된 문해교육뿐 아니라 중등교육까지 미이수자를 적극 찾아 모든 국민이 그야말로 의무교육이 완성되도록 남아도는 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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