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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교육 현장방문 때 사전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의 문화재 중 국보 제153호로 지정되었고, 2011년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일성록[日省錄]은 기록문화의 금자탑 중 하나다. 다음 포털로 조회해 보니, 이 책은 조선 1760(영조36)년부터 1910(융희4)년까지 150년 동안 날마다 임금의 말과 행동을 적어 규장각에서 편찬한 책으로 모두2,329권이 있다고 한다.

그 일성록에 있는 한 대목을 보자. “어제 눈(雪)을 치우는 일로 백성들에게 폐를 끼칠까 염려되어 하교한 바가 있었는데, 오늘 지나는 도로에 눈이 한 점도 없는 것을 보니 폐단이 적지 않았음을 상상할 수 있다.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나 이번만은 십분 참작하여 처벌하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는 깊이 유념해서 시행하라” 이 기록은 애민 사상과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문화임금 정조 4년1780년 1월 7일자 기록이다.

정조 본인이야 시정을 둘러보거나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을 가보기 위해 나선 가벼운 행차였건만 벼슬아치들이 백성들을 동원해서 길을 쓸고 부산을 떨다보니 민초들의 생업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얼마나 아팠으면 저런 것을 하교했을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물론 고을 사또야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겠지만 그 행동이 지나치다면 예(禮)에 어긋나서 아니함만 못한 법 아니겠는가.

그런데 역사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오늘 3월 26일 국민일보 사회면 기사에 “교육감 오신다. 청소시키는 학교”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대강 짐작은 가는 내용이었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대통령, 교육부 장관, 교육감들이 학교 현장을 방문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을 단축해 가면서 학교 청소를 하는 등 학생들의 수업권,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장에서 바짝 신경을 쓰다 보니 휴일에도 학생들 몇 명을 등교시켜서 청소를 시킨다고 하닌 그 폐해를 짐작할 만하다. 우리는 예부터 손님을 맞기 위해서 내 집안을 정리정돈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것을 기본 예의로 알았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고위직들의 2~30분 정도 교육현장 방문에 전시행정을 위해 죄 없는 학생과 교직원들만 고생만 하는 꼴이 아닌가.

물론 고위직들의 학교현장 방문은 권장할 일임에는 틀림없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다면 현장과 괴리되고 현실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이 이루어져서 그 또한 심각한 사태를 초래함에 분명하다. 그래서 현장을 찾아서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찾아내면서 고치는 등 현실감각을 익히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고작 5분 정도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교육현장은 괴로울 수 있다. 그러한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허례허식은 자제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필자가 8년 전 6학급 소규모 학교에 근무할 때 교육감 방문이 있었는데, 사전에 비서실에서 차 한 잔 이외에 다른 것은 절대 준비하지 말라는 전화 한 통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위에서는 간단한 행차라고 하지만 밑에서 느끼는 것은 상당한 중압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도록 이처럼 사전에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모든 것이 잘 갖춰진 현장만 가기 보다는 환경이 열악하고 어려움 속에서 꿋꿋이 일하는 교직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한 장소를 방문하는 일도 필요하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교육현장은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업무경감, 이런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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