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은 전통의 다른 이름
-[오래된 미래] 라다크에서 배우다-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라다크와 그 곳 사람들의 오랜 친구인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이 책을 통해 수 세기 동안 외부의 영향에서 독립되어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지켜온 그 곳 사람들의 행복하고 자립심 강한 삶,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과 배려, 자연과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통 문화가 숨쉬는 라다크는 현대 서구 사회의 많은 문제점에 대해 공동체 문화로의 귀결이라는 결론을 통해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본성의 조화, 가족과 공동체의 결속, 남성과 여성의 균등은 결과적으로 오래전 우리들 곁에 있었던 삶의 한 형태이며 잃어버린 낙원의 모습일 수 있다. 낡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전통이 어쩌면 새로운 미래를 보는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art 1 전통에 대하여
라다크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 황량하고 척박한 1만 피트의 고원지대에서 1년 중 작물이 자랄 수 있는 기상은 4개월에 불과하다. 가축과 공존하는 삶을 살며 그 중 가장 유용한 동물로 재래 암소와 야크의 교배종인 쬬dzo로 쟁기를 끌고 타작하는데 이용 된다.
라다크 사람들은 대체로 일상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한다. 외부세계에 의존하는 것은 소금과 차 기타 금속 제품이다. 라다크에서 가축은 고기와 각종 유제품은 물론 양모와 노동력, 연료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직접 기른 가축에게서 모직용 털을 얻어 실을 잣고 베틀을 이용하며 천을 만들고 염색, 바느질을 하여 옷을 만든다. 집을 짓기 위한 벽돌도 진흙을 이용하고 직접 만들어 스스로 짓는다. 곡식을 수확하는 경우에도 모든 일은 오랜 시간 동안 진행 되고 이 모든 일에는 80대 노인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함께 참여하여 거든다.
전통적 생활을 유지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매우 적어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산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규칙적이고 충분한 노동을 하며 정제되지 않은 천연 식품을 먹고 산다. 이들 중 환자가 생기면 암치라고 하는 마을 의사가 치료한다. 그의 의료 행위는 오랜 관찰을 통한 신뢰와 존경 속에 이루어지며 환자를 치료할 때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땅에서 곡식을 경작한다. 그 외 라바lhva라는 샤먼과 온포onpo라 불리는 점성가도 이들을 치료한다.
라다크 사람들에게 최우선시 되는 것은 공존이다. 그들에게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작고 긴밀한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자율적인 조정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라다크 사람들은 경쟁이 아닌 상호 협조를 통해 경제를 만들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파스푼paspun’으로 모든 가구의 출산, 결혼, 장례 같은 것을 치러야할 때 서로 도와주는 공동체이다.
라다크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대체로 높다. 어린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로부터 무한정 그리고 무조건적 사랑을 받는다. 노인들은 모든 분야에서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며 참여하고 있으며 소외되거나 외로워하는 일이 없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공동체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산다. 또한 라다크 사람들은 사회구성원 사이의 유대관계, 주변 환경과의 관계로 인해서 내면의 평화로움과 기쁨이 넘치는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part 2 변화에 대하여
외부사람들이 예고 없이 라다크 땅에 몰려들었다. 하루에 100달러의 큰 돈을 쓰는 외국인을 보며 자신들이 몹시 가난하고 낙후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라다크 사람들은 돈 없이 기초적인 욕구를 원활하게 충족시켜 왔었다. 그러하던 사람들이 국제 화폐 경제의 일부분이 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공동체 사이의 연계가 약해졌다. 소비 지향주의는 물질적으로 표현되는 신분의 상징물에 욕구를 유발하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무엇인가를 소유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증대시킨다. 라다크 사람들도 물질적이고, 서구적인 것에 열광하고, 자기 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part 3 미래에 대하여
개발이 진행되고 16년 정도 흘렀을 무렵 라다크는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가정과 공동체는 붕괴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과 자신과 땅에서 분리되었다. 대대로 내려온 놋쇠항아리가 분홍색 플라스틱 물통에 밀려나거나 야크 털로 만든 신발이 값싼 현대 신발 때문에 외면 받았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 집 정원에서 기른 감자보다 다른 지역에서 재배한 다음 가루로 만들고 얼리고 말린 밝은 색깔의 감자가 더 좋다고 한다. 더 많은 운송비, 화학첨가물, 방부제, 생산자와 소비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선진국 사람들은 전 세계 자원의 3분의 2를 소비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는 대로 따라 하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에 가까운 행위이다. 개발이란 많은 경우 착취나 신식민주의의 완곡한 표현이다.
유럽 중심의 과학, 경제 개발은 문화의 다양성을 축소시키거나 획일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시멘트로 지은 건물, 똑같은 장난감, 똑같은 영화 그리고 현대화된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영어를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구적 경제 개발이 갖는 정량적 분석 방법 다시 말해 수치자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분석 방법에 의해 주도되는 편협하고 단기적인 시각이다.
작가는 라다크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소비지향적이고 획일적인 문화의 확산이 중단되지 않는 한 빈곤과 사회 분열과 생태계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의 결과물인 다양성의 복원이 필요하다.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의 균형을 복원해야한다. 라다크 프로젝트를 통해 라다크 전통 방식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태양열 주택, 태양열 오븐 등을 도입하고 있다. 자연친화적 미래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말한다. 다양성이란 한 회사에서 만든 열 가지의 청바지 중 하나를 고를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자연계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듯이 문화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부활과 서구 문화에서 탈중심화 과정, 표준화 문제 등은 진지한 오류를 지적하면서 점점 황폐화되어 가는 서구문화의 미래의 대안으로 다시 라다크의 미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라다크 사람들의 정신적 유대감, 환경공동체 등을 통해 오래된 인류 문화적 자산은 낡은 것이 아닌 숭고한 가치의 새로운 발견인 것이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낯설지 않는 것은 라다크의 변화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미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오래된 예전에서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라다크처럼 한국 사회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 옷이 박제되어 결혼식에만 쓰이고 있으며, 우리의 환경에 완벽하게 조화된 한옥은 보기 드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리들 역시 우리가 나아갈 미래는 오래되었지만 결코 고루하지 않은 전통이 만든 새로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